금융감독원이 산업은행의 STX그룹에 대한 대출과정에서 대규모 부실 정황을 포착했다. 산업은행은 STX그룹의 주채권은행으로 은행권의 대출 규모 10조원 중 가장 많은 3조5000억원을 대출해 줬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STX 부실과 관련해 산업은행에 대한 종합검사와 특별검사 결과 대출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을 발견했다. 실제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은 2841억원 배임과 557억원 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2조3264억원 상당의 분식회계와 이를 이용해 9000억원의 사기성 대출을 받고 1조7500억원 어치 회사채를 발행한 혐의도 있다. 해운경기 불황으로 위기를 맞은 STX조선해양은 2009년 부터 지난해까지 2조3264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했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거액의 대출 심사를 소홀히 하고 STX에 대출해 준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산업은행에 대해 STX 건과 관련해 종합검사를 한 뒤 최근 추가 검사를 해서 부실 정황을 포착했으며 관련 임직원을 제재하려 한다”면서“징계 수위까지는 아직 결정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내달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산업은행에 대한 징계를 내릴 방침이다. 강만수 당시 산은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까지 문책당하지는 않겠지만 나머지 고위 임원들은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STX그룹의 부실을 떠안으면서 2000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1조45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STX그룹 계열사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맞으면서 대규모 지원에 나서는 동시에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산업은행의 대손충당금은 1조7731억원(대손비용 약 2조2000억원)으로 2012년 7825억원보다 9906억원이나 급증했다.
한편 산업은행은 최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청해진해운 부실대출 여부 밝히는 금감원의 특별검사를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자체 감사에서 여신 승인신청서 작성 및 대출약정서 작성 업무 태만, 근저당권 설정 업무를 수행하는 법무법인 선정 과정에서 소홀한 점을 적발해 해당 직원을 징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