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한 정부, 길들이기식 ‘경영평가’…공공기관 정상화 잡음 증폭

입력 2014-06-24 08:59 수정 2014-06-2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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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가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공공기관들은 성적표가 전년보다 크게 나빠진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평가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에서부터 꽤씸죄 적용 논란까지 일면서 공기업 개혁 성과를 높이기 위한 정부의 ‘길들이기식’ 경영평가가 도를 넘어섰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24일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에 따르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2년 연속 낙제점을 받아 기관장 해임 건의대상이 된 KTL은 기획재정부의 경영평가 결과에 공개적으로 불복 입장을 표했다. 남궁 KTL 원장은 “지난주 대통령에게 경영평가가 부당하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냈으며 감사원 감사도 청구할 계획”이라며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비정규직 인건비가 증가하는 등 전반적인 경영실적이 하락했다는 점을 D등급 평가의 이유로 들었지만 KTL은 시험인증 업무가 많아져 불가피하게 비정규직을 늘릴 수 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여기다 재정자립도가 높아지고 업별 성과분석을 통해 수시로 구조조정을 해온 노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남 원장은 특히 자신의 경영평가 불복에 대한 정부의 보복이 아니냐는 강한 의구심을 쏟아내고 있다. 그는 2012년도 경영평가에서 비정규직 문제 등으로 D등급을 받자 작년 9월 국민권익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가 올해 1월 철회한 후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경영평가 결과는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독립성이 엄격하게 보장되는 평가단에서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고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심의ㆍ의결을 거쳐 평가결과가 확정되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고강도 공기업 개혁에 박차를 가하면서 경각심을 주기 위해 군기잡기식으로 공공기관들에게 야박한 성적을 매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많은 기관들은 경영실적이 평년 수준이거나 노조와의 대화를 통해 방만경영 개선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등급을 낮게 받았다며 억울해하고 있다.

KTL과 함께 기관장 해임건의 조치를 받은 울산항만공사의 경우도 세월호 사고와 직접 관련이 있는 선박안전이 아닌, 하역이나 항만건설현장의 안전 보강 등에 대해 평가를 받았음에도 안전관리 노력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E등급 평가를 받은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공기업 사장은 “정부정책을 지원하느라 공공기관이 재량으로 쓸 수 있는 사업비나 인건비 등 예산은 한정적”이라며 “정책사업으로 부채를 떠안았는데도 실적이 부진했다는 이유로 작년보다 한 단계 낮은 등급을 받은 것은 부당하다” 며 불만을 토로했다.

공공기관 노조는 정부의 고무줄 경영평가 잣대에 이의를 제기하며 경평 무효소송까지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송민우 공공노련(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실장은 “최근 발표한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는 2013년도 경영실적에 대한 평가임에도 작년 1월에 결정된 평가기준이 아닌 수시로 바뀐 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기재부와 고용부간의 이견으로 노정대화가 물건너가면서 노조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과 관련한 공공기관 노조의 노정대화 요구에 대해 기재부는 “노사 자율로 합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못박았다. 노사정위원회와 고용노동부가 노사정대표자회의체를 만들어 노정대화를 성사시키려 노력했음에도 기재부에서 제동을 걸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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