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파 이번엔 “귀 있는 자 들을지어다”...현수막 변천사 보니…

입력 2014-06-2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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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파 현수막

(사진=뉴시스)

구원파 본부 금수원에 새로운 현수막이 걸려 관심이 쏠리고 있다. 뼈 있는 현수막 글귀로 그동안 자신들의 주장을 전해왔던 구원파는 이번엔 근엄한 성경 글귀를 내걸었다.

23일 경기도 안성 금수원에는 그동안 '십만 성도 다 잡아가도 유병언은 내가 지킨다'이라는 현수막대신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라는 성경의 한 구절이 내걸렸다.

이 구절에 대해 채널 A는 구원파 측이 진실 규명이 절실한 만큼 "세월호의 진실. 구원파의 진실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은 들을지어다"라는 의미로 내걸렸다고 구원파 관계자의 말을 빌려 전했다.

특히 구원파 측은 신도들의 강한 결의가 담긴 '십만 성도 다 잡아가도 유병언은 내가 지킨다'라는 현수막을 뗀 이유에 대해 "유병언을 안 내놓겠다는 뜻이 아니라 그런 마음이 있다는 걸 얘기한 건데 법을 어기는 것처럼 매도해 오해를 풀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 같다"고 방송을 통해 입장을 전했다.

구원파는 세월호가 침몰한 후 검찰 수사의 방향이 유병언 일가로 향하기 시작하자 검찰조사 상황에 따라 의미심장한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내걸어왔다.

구원파는 최초로 '대한민국 헌법 20조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검찰의 유 씨 일가에 대한 조사를 종교 탄압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후 구원파가 내걸었던 현수막은 '우리가 남이가?', 김기춘 비서실장울 겨냥한 이 글귀는 김기춘 실장이 과거 '초원복집' 사건에 연루됐을 당시 정치권에서 크게 유행했던 문장으로 구원파가 검찰과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을 낳게 했다.

'초원복집 도청사건'은 14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1992년 12월11일, 김기춘 비서실장이 법무장관을 지내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기춘 법무장관은 초원복집에서 부산시장, 안기부(현 국정원) 부산지부장, 부산지검장과 모인 자리에 있었다. 게 중의 누군가가 "우리가 남이가, 이번에 (김영삼 후보가) 안 되면 영도다리에 빠져 죽자"고 말했고, 이어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이 오갔다. 이 발언들을 정주영 후보 측 국민당 당원들이 폭로하면서 세상에는 '초원복집 도청사건'으로 각인됐다.

구원파는 이에 대해 "김기춘 실장이 법무장관이던 1991년에는 오대양자수사건에서 집단변사사건의 배후인 것처럼 (검찰이 수사해) 구원파와 유병언을 억울하게 만들더니 그가 비서실장인 2014년에는 세월호 사고의 배후가 구원파와 유병언인양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구원파는 검찰이 김기춘 비서실장 관련 현수막 철거를 요청했다고 폭로해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구원파의 의미심장한 현수막은 계속됐다. 단순한 비난과 신경전이 아닌 조롱으로 변했다.

검찰의 금수원 압수수색이 시작되자 구원파는 '세월호 진상규명하면 현상금 5억 주겠다' 현수막으로 교체하며 유 씨 검거에 실패한 검찰이 현상금을 당초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상향한 것을 두고 조롱했다.

또 검찰이 금수원 수색을 물리적 충돌없이 협조해주는 조건으로 오대양과 교회, 유 씨가 관계가 없다는 검찰 발표를 재확인한다고 약속했음에도 교회에 대한 압수수색과 교인들에 대한 감시를 이어갔다는 주장을 하며 "정부·검찰, 계속 뻥치시네"라고 일갈했다. 검찰 수사에 의심을 드러낸 것이다.

구원파 신도들이 줄줄이 붙잡혀 들어가자 '이쯤되면 막가자는 거지요'라는 현수막으로 저항했고, 구원파와 유 씨에 대한 계속되는 보도에 언론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며 '언론 종사자 여러분 언제까지 받아쓰기만 할 건가요'라고 비웃었다.

일각에서는 구원파의 이같은 현수막은 세월호 참사의 책임이 구원파나 유 씨가 아닌 정부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계산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는 정치권과 검찰에 혼선을 주거나 사회 곳곳의 인맥을 향한 경고의 메시지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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