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지명철회’나 ‘국회인준 부결’과 같은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정홍원 총리가 지난 4월 27일 사의를 밝혀 ‘식물총리’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총리부재는 이날로 58일째다. 다시 새로운 총리를 지명해도 인준까지 최소 20일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국정공백은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문 후보자가 사퇴를 결심한 데에는 그동안 ‘친일파’로 몰리는 등 역사인식 논란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일부 명예회복이 이뤄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가보훈처가 이 시점에 지난 2010년 자체 발굴로 독립유공자 애국장 포상을 받은 문남규 씨와 문 후보자의 조부가 동일 인물이라고 밝힌 것도 명예회복을 통한 자진 사퇴의 길을 열어 준 것이란 분석이다. 총리실이 문 후보자 조부의 과거 행적에 대한 확인을 요청했고 당국이 이를 확인했다.
한편에선 청와대와 새누리당 등 여권 핵심부에서 잇달아 ‘자진 사퇴’를 권유하고 나서면서 문 후보자가 더 이상은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던 측면도 없지 않다.
이런 가운데 후임 총리 지명을 위한 청와대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진즉부터 새로운 인물을 물색해왔다고는 하지만, 이번 인선에서만 벌써 안대희 전 대법관에 이어 두 명의 총리 후보자가 임명장을 받지 못하고 미끄러지면서 후보검증에 한층 더 신중해진 모습이다. 현 정부 초대 총리에 내정됐다 낙마한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까지 포함하면 총 3명의 총리 후보자가 낙마한 셈이다.
문 후보자가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새 총리 후보자 인선의 최우선 기준은 ‘청문회 통과’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가개조를 이끌어 갈 적임자와 도덕성, 이 두 가지 인선 기준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런 만큼 공개적 활동을 지속해 온 정치인 출신에서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 중 지난 2차 총리 후보 인선 작업 때 인사검증동의서를 쓴 것으로 알려진 김문수 경기지사와 강창희 전 국회의장, 황우여 새누리당 전 대표 등이 물망에 올라 있다.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은 정무적 능력과 화합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역안배 차원에서 충청 출신의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과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도 거론된다.
정치권 밖에선 이강국 전 헌재소장의 이름이 오르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