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총리후보를 자진사퇴한다”면서 전격적으로 사퇴를 표명했다.
문 후보자는 이날 오전 10시 정부 서울청사에서 “지금 시점에서 제가 사퇴하는 것이 박 대통령을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문 후보자는 과거 발언과 글로 친일 논란에 휩쌓였으며, 줄곧 이를 부인해 왔다. 이런 가운데 국가보훈처에서 문 후보자가 애국지사의 손자로 추정된다고 확인하면서 어느정도 명예회복을 했다고 판단, 자진사퇴로 방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청와대가 문 후보자를 설득해왔으며 문 후보자도 더는 인사권자인 박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문 후보자는 “부족한 사람에게 그동안 많은 관심을 쏟아주신것에 대해 마음깊이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면서 “40년 언론인 생활에서 본의아니게 마음아프게 해드린 일이 없었는가를 반성하는 시간도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국무총리로 인선된 것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께서 나라의 근본을 개혁하시겠다는 말씀에 공감했다”면서 “분열된 이 나라를 통합과 화합으로 끌고가시겠다는 말씀에 저도 조그만 힘이지만 도와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총리 후보로 지명받은 후 이 나라는 더욱 극심한 대립과 분열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며 “대통령께서 앞으로 국정운영을 하시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또 이 나라의 통합과 화합에 조금이라도 기여코자하는 저의 뜻도 무의미하게 됐다”며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정치권과 언론에 대한 불편한 심정도 드러냈다. 그는 “법을 만들고 법치에 모범을 보여야할 것은 국회”라며 “대통령께서 총리 후보를 임명했으면 국회는 청문회를 개최할 의무가 있다. 그 청문회 법은 국회의원님들이 직접 만드신 것이다. 그러나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 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이러한 신성한 법적 의무를 지키지 않고 저에게 사퇴하라고 말씀하셨다. 국회가 스스로 만드는 법을 깨면 이나라는 누가 법을 지키겠나”라고 되물었다.
문 후보자는 “언론의 생명은 진실보도”라면서 “다른 몇 구절을 따내서 그것만 보도하면 그것은 문자적인 사실보도일 뿐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체의미를 왜곡하고 훼손시킨다면 그것은 진실보도가 아니다. 저널리즘의 기본은 사실보도가 아니라 진실보도이다. 우리 언론이 진실을 외면한다면 이 나라 민주주의는 희망이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개인은 신앙의 자유를 누린다. 그것은 소중한 기본권”이라면서 “평범했던 개인시절 저의 신앙에 따라 말씀드린 것이 무슨 잘못이 되나. 제가 존경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님은 그의 옥중서신이라는 책에서 신앙을 고백하며 고난의 의미를 밝히셨다. 저는 그 책을 읽고 젊은 시절 감명을 받았다. 저는 그렇게 신앙고백을 하면 안 되고 김대중 대통령님은 괜찮은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최근 국가보훈처에서 문 후보자가 애국지사 손자로 추정된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도 “할아버지가 3.1운동때 만세를 부르다 돌아가셨다는 말씀을 아버님으로부터 듣고 자랐다”며 “검증팀이 자료를 가지고 보훈처에 알아봤다. 뜻밖에 저의 할아버님이 항일투쟁중에 순국하신 것이 밝혀져 애국장이 2010년 추서된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