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24일(현지시간)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 수도인 아르빌을 전격 방문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전날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를 방문해 누리 알 말리키 총리 등 지도부와 수니파 급진 무장세력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에 대한 대응방안과 새 정부 구성방안 등을 논의했다.
케리 장관은 쿠르드자치정부의 수반인 마수드 바르자니 대통령과 회동해 이라크 문제를 해결하려면 각 정파가 단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케리 장관은 쿠르드족이 위기에 빠진 이라크 중앙정부를 도울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들은 케리 장관이 독립을 추진하는 쿠르드족을 달래 이라크 통합정부 구성에 박차를 가하려 한다고 풀이했다.
ISIL의 공격에 따른 이라크 혼란을 틈타 쿠르드족은 석유가 많이 나는 키르쿠크 지역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바르자니 대통령은 전날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쿠르드인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시간이 왔다”며 독립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는 또 “이제 우리는 과거와 완전히 다른 시대에 살고 있다”며 “지난 10년간 우리는 새 민주주의 이라크를 세우려고 모든 노력을 기울였으나 불행히도 성공적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모든 사태에 책임을 질 사람은 알말리키 총리라며 사임을 촉구했다.
미국 관리들은 쿠르드족이 지난 수주간 교전을 통해 얻은 영토를 다시 반환하라고 하는 것은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새 정부 구성에 참여하도록 설득할 계획이다.
한 미국 국무부의 고위 관리는 “쿠르드족은 이라크의 안정 유지에 더 좋은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며 “만일 이들이 바그다드의 정치 프로세스에서 벗어나려 한다면 오히려 매우 부정적인 추세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