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빵집 창업 붐, "2조3천억 시장을 잡아라"

입력 2006-07-2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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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창업센터 조사 결과 퇴직한 언론인들이 가장 많이 선호하는 창업업종으로 빵 가게가 꼽혔다.

하루 팔 만큼만 만들어 장사하는 빵집의 생리가 하루 하루 마감하는 신문사와 맞아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새벽 출근길 광화문에 위치한 모 제과점에서 어김없이 흘러나오던 고소한 빵 내음을 잊지 못한 언론인들이 많았던 덕분이라는 재미난 분석결과가 나왔다.

빵집 앞을 지나면 어쩐지 ‘추억’이나 ‘행복’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빵 주인은 낭만적이고 한가롭게, 넉넉하게 구운 행복을 손님들에게 봉지 가득 담아주는‘행복 지기’로 연상된다.

하지만 빵집에 가면 ‘고소한 빵 내음’외에 뭔가 다른 게 있다. 잘 나가는 빵집은 속된 말로 돈을 무섭게 긁어모은다. 어떤 곳은 월 매출이 7000만원을 넘어서 그 집 사장은 한 달에 불입액이 1000만원인 적금을 들었다는 소문이 나돈다.

◆ 2조3천억 시장… 이모작 창업 선호

그래서 빵집을 자신의 정년퇴임 후 직업으로 점찍어두고 시간이 나면 제빵학원에 다니거나, 당장이라도 제2의 직업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연간 2조3000억원 규모의 국내 빵 시장에서는 1만5000개에 달하는 개인 자영빵집들이 절반이 넘는 매출을 차지하며 ‘개미군단’의 위력을 유감 없이 발휘한다.

기업형은 크게 두 가지다. 샤니 삼립식품 기린 서울식품 같은 양산(量産) 빵 업체가 있고, 본사에서 밀가루반죽(냉동생지)이나 빵을 공급하면 시중 가맹점에서 구워 판매하는 프랜차이즈업체(크라운베이커리, 파리크라상, 뚜레쥬르, 신라명과, 고려당)가 있다.

“처음엔 아내의 부업쯤으로 생각하고 빵집을 시작했죠. 하지만 의외로 일이 힘들고 잡무가 많다는 것을 알면서 이젠 집안 식구 모두가 달라붙어서 가게를 운영한답니다.”

대기업을 퇴직하고 이번에 새롭게 제과점(이하 빵집)을 차린 이모씨. 빵 가게를 직접 운영하다보니 노동의 강도가 세다는 데 깜짝 놀라게 됐다고 토로한다.

빵집에 가보면 대부분의 부부가 함께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빵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겉보기와는 달리 결코 녹록하지 않은 게 빵집”이라고 입을 모은다.

◆ 빵집 사장은 '물위의 백조'

빵집 주인은 ‘물위의 백조’와 같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겉보기엔 폼 나고 한가로워 보여도, 물밑에선 숨 가쁘게 물갈기 질을 하는 백조의 신세라는 것이다.

실제로 역세권이나 사무소 밀집지역 내의 빵가게는 샐러리맨의 출근 시간에 맞춰 빵을 굽고 팔아야 하기 때문에 보통 7시면 문을 열어야 한다. 오후 12시가 다돼야 문을 닫기 때문에 최소한 15시간은 가게에서 일을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품종 소량생산’의 원칙상 빵가게는 보통 100∼150개의 제품들을 만든다. 당연히 손이 많이 간다. 식빵을 발효하고 굽는 데 3∼4시간은 보통이다. 게다가 동네고객 취향이나 시기별로 제품군도 변화시켜야 한다.

주방 안은 쉴 새가 없다. 그 쉴 새 없는 틈을 타 종업원을 거느리고, 아침 일찍부터 주방 일을 시작해 저녁 늦게까지, 일년 열두달 하루도 쉬지 않고 가게 문을 열어야 하는 곳이 빵집이다.

이쯤 되면 ‘빵이야 유능한 제빵사를 데려오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주인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제빵사에게 이리저리 휘둘리기 십상이다. 이는 중국집에 요리사를 따로 두고 운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매우 부적절한 상황이다.

물론 자본이 넉넉하고 인력관리에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주인이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빵가게 창업자 대부분은 그만큼의 자본을 대거나 능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파리크라상 마케팅팀의 이준녀씨는 “빵가게를 하겠다는 결심에 서면 학원에서 6개월 정규과정을 밟거나 최소한 베이커리 업체에서 마련하는 3개월 속성과정을 들어 기술을 익혀두는 게 좋다”고 충고한다.

◆ 일반인들은 프랜차이즈 빵집이 적격

제빵사 과정을 수료하면 두 갈래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독자적으로 빵가게를 열든지 프랜차이즈를 택해야 한다. 전자는 제과점, 호텔, 베이커리업체 등에 취업해 적어도 5년 이상 경험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제 2 창업을 노리는 일반인들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를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현재 이름이 알려져 있는 기업형 프랜차이즈는 파리크라상(가맹점:파리바게뜨), 크라운베이커리, 뚜레쥬르, 신라명과, 고려당 등이 있다.

기업형 프랜차이즈는 제품과 인력관리가 용이하고 마케팅을 본사에서 수행하기 때문에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자랑한다. 한 마디로 초보자들이 쉽게 시장에 정착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자영 빵가게와 비교하여 마진율이 낮고, 획일화된 맛과 비슷비슷한 제품들로 지역적 특성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가지고 있다.

자영 빵가게와 프랜차이즈를 접목한 체인 빵집도 고려해 볼 만하다. 빵굽는 작은 마을, 엠마, 주재근 베이커리 등이 대표적. 상호와 기술력은 공유하면서도 본사에서 완제품 빵을 공급하지 않고 매장에서 제각기 빵을 구워 판다. 제품에 유연성을 두면서도 프랜차이즈의 브랜드 인지도를 충분히 활용하자는 취지다.

개업한 빵가게가 성공하려면 ‘상권, 서비스, 빵맛’의 3박자가 들어 맞아야 한다. 입지선정은 아파트나 공공기관 밀집지역, 역세권에 위치한 곳이 좋지만 자신이 오랫동안 살아온 곳을 선정해도 무방하다. 빵집은 단골장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도 ‘빵맛’이 성패를 좌우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지역별 차이 없이 균등한 품질의 획일적인 맛을 제공하는 프랜차이즈 빵집은 강력한 맛으로 무장한 빵가게가 들어서면 거의 백전백패를 각오해야 할 정도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빵가게를 열어 성공하기 위해선 그만큼 단단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제과제빵학원에서 강사들이 강의 전에 하는 말이 있다. “빵가게를 잘 경영하는 사람은 삼성그룹도 경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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