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체절명 위기 동부그룹 ‘골든타임’ 놓쳤나

입력 2014-06-25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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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금융권 계열사 채권단 주도 구조조정 움직임

동부제철이 채권단의 공동관리를 받는다. 동부제철을 시작으로 동부그룹의 비금융계열사들이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에 들어갈 전망이어서 동부그룹은 금융계열사 위주로 재편될 것이란 관측이다.

동부제철은 이르면 다음주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한다. 자율협약은 채권단과 대상 기업이 협의를 거쳐 채무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과 달리 강제성은 없지만 재무구조개선 약정보다는 한 단계 수위가 높은 구조조정 방안이다.

동부제철이 자율협약을 밟게 되는 것은 동부패키지(동부인천스틸+동부발전당진)의 매각이 불발된 영향이 크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24일 기자회견에서 “재무부담이 시너지 효과보다 커 인수 검토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자산 매각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유동성 위기를 헤쳐나갈 자력이 없는 동부제철이 채권단 공동관리 체제에 놓이게 된 것이다.

동부제철이 워크아웃에 들어갈 수도 있다. 산은 외의 다른 채권단이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동부제철의 회사채 60%를 인수하는 신용보증기금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동부제철의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동부제철은 워크아웃만은 막으려 하고 있다. 채권단 관리에 놓이면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동부제철 경영권은 상실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4.08%의 동부제철 지분을 갖고 있지만 채권단 관리에 놓이면 감자 절차를 밟게 된다. 동부제철에 이어 동부건설, 동부메탈, 동부하이텍 등 다른 계열사도 줄줄이 자율협약 또는 워크아웃에 들어갈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개별 회사에 대한 대책이 추가로 수립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부그룹의 금융계열사를 두고는 채권단과 김 회장이 갈등 중이다.

채권단은 김 회장이 비금융계열사를 공적 자금을 통해 정리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을 보이고 있다.

동부그룹 상황에 정통한 투자은행(IB)업계 고위 관계자는 “동부그룹이 이번 기회에 부실 계열사를 털어내고 본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기 이전인 1990년대로 돌아가려는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김 회장이 장남의 동부화재 지분을 끝까지 사수할 경우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로 몰릴 수 있는 대목이다.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은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비금융계열사의 해체 수순으로 가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자산 매각이 얼마나 빠르게 이뤄지는냐가 관건이다.

한편 동부제철이 자율협약을 체결할 것이란 소식에 동부그룹 계열사 주가와 회사채 가격이 급락했다. 24일 주식시장에서는 동부제철, 동부CNI, 동부하이텍과 동부건설 등이 하한가로 마감했다. 또한 개인투자자들의 투매로 동부건설, 동부제철, 동부팜한농 등이 발행한 회사채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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