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주회사 설립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심의 확정하면서 현재 순환출자구조로 돼 있는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삼성이나 현대차그룹 등은 순환출자구조 형태의 지배구조로 인해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한 법적 소송까지 진행되고 있어 향후 이들의 지배구조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되고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지주회사 부채비율이 현행 100%에서 200%로 상향조정됐으며 자회사와 손자회사간 사업 관련성 요건이 폐지됐다.
또 국외 증권거래소에 직상장된 자회사 및 손자회사에 대한 주식 보유기준도 50%에서 30%로 완화됐으며 합병 또는 분할로 법 위반을 하는 경우에는 1년간의 유예기간을 부여키로 했다.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공정위는 이르면 올 연말이나 내년초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재계에 지분 대이동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 SK, 롯데 등 순환출자형태를 띠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은?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대 계열사간 1대1 출자형태로 구조를 바꾸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최근 핵심계열사인 글로비스를 통한 비자금 조성과 편법경영권 승계 문제가 붉어지면서 지주회사 체제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순환출자구조를 갖고 있는 국내 다른 대기업 역시 지주회사 설립 움직임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대기업 새판 짜기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유가증권 시장에 일대 소용돌이가 예상되고 있다.
우선 삼성의 경우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전자, 삼성카드, 그리고 다시 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구조를 갖고 있어 삼성에버랜드를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체제 개편 가능성과 함께 삼성계열사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 중심으로의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삼성계열사 가운데 금융권을 분리해 금융에서는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지주회사체제를 설립해 금융과 비금융에 대한 양대 지주회사 체제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삼성 오너 일가에게 가장 타격이 적게 일어나도록 삼성에버랜드 중심의 지주회사체제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현대차 그룹은 기아차, 글로비스 등 주요 계열사들간의 순환출자 구조를 벗고 LG그룹과 같은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한때 현대차그룹은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을 검토했으나 정의선 기아차 사장측의 강한 견제로 보류된 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특히 이번 현대차 비자금 사건이 정의선 사장의 경영권 승계가 주 원인이었던 만큼 계열사들간의 순환출자구조를 벗고 새로운 체제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경우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4개사에서 제철사업추진을 위해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한 현대제철을 중심으로 하는 지주회사체제가 유력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현대제철을 통한 지주회사체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바탕에는 현대제철이 현대차그룹 지분구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적으면서, 현대차(5.29%)와 현대모비스(6.44%)의 지분을 상당규모 보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개편 방안은 현대모비스에 대한 오너 지배력이 큰 만큼 이 회사가 지주회사로 택해질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모비스가 상장돼 있어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는 최소한 우호지분을 포함해 50%+1주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적잖은 비용이 소요될?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SK그룹의 경우 지주회사 문제로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는 그룹이다. 현재 SK그룹은 SK?C&C와 SK, SK텔레콤 다시 SK C&C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형태로 구축돼 있으며 최태원 회장과 동생 기원씨가 SK C&C의 지분을 55%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SK C&C가 지주회사격인 SK주식회사의 지분이 20%만 보유하고 있어 순환출자구조에서 지주회사를 만들게 될 경우 최태원 회장 등 SK가 오너들의 지배력이 더욱 낮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LG나 GS, 농심, 대상그룹 등은?일찌감치 홀딩스 개념의 지주회사를 만들어 지분을 이동시켜 놓은 동시에 오너십을 유지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태평양그룹이 주력회사인 (주)태평양을 지주회사격인 (주)태평양과 퍼시픽아시아(주)란 회사로 분리했으며 동양그룹이 주력사인 골프장 운영회사인 동양레저를 지주회사로 변신시키기 위해 동양종금, 동양시멘트 등 계열사 지분을 이동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