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인들이 적합업종 ‘법제화’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26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4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2일차 정책토론회 자리에서다. 이들 중소기업인들은 각 업계를 대표해 대기업 진출로 인한 피해와 적합업종을 통한 효과 등을 적극 알렸다.
◇중소기업인들의 적합업종 지정 호소… “대기업 시장잠식 막아달라” = 최성윤 한국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장은 “적합업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잘 살자고 추진하는 제도인데, 지금은 나쁜 제도로 폄하되고 있는 것 같다”며 “두부시장도 대기업이 시장의 70%를 가져간 상태인데, 더 이상 무엇을 가져갈 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강종성 계란유통협회장은 직접 자신이 출하한 계란을 들고 나와 적합업종 필요성을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같은 농장, 같은 닭에서 나온 똑같은 계란이지만, 대기업 브랜드를 달면 대기업 계란이 돼 중소기업 브랜드 계란보다 두 배가 넘는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판매되고 있다”며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으로부터 영세 계란판매업체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해 계란판매업을 조속히 적합업종으로 선정해 달라”고 전했다.
제습기를 중심으로 한 전자공업계도 목소리를 높였다. 정명화 한국전자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처음에 중소기업들이 틈새시장으로 공략했던 제습기가 최근 인기를 끌자 대기업들이 막대한 자금력으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며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중소기업들이 활발히 개발할 수 있는 의욕을 만들어주고, 대기업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부산울산경남아스콘공업협동조합 정병주 상무는 “대기업도 못 막는 상황에서 최근엔 부산시 산하 기관에서 적합업종인 아스콘 플랜트를 자체 운영하는 일도 있어 지자체에도 이를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적합업종 실행성 높여라… 법제화 주장도 = 적합업종의 필요성에 더해 법제화를 통해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 오영식 의원이 적합업종 특별법을 대표 발의한 상태이지만, 여권의 반대로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서중 대한제과협회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려면 모든 주체가 자율적으로 돌아가는 시장경제가 형성돼야 한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기업 중심의 악의적인 경쟁인 만큼, 법제화를 통해 하나의 ‘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공동회장도 “소상공인들의 사업은 1년에 83만개가 폐업되고 1년간 갚지 못한 만기 상환 금액도 1조원에 달한다”며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출점 거리제한을 폐지하는 등 정부 정책도 심각한 상황이어서, 차라리 적합업종을 폐지하고 대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해야 한다”고 이색적인 주장을 하기도 했다.
법제화를 주도하고 있는 오영식 의원도 “적합업종이 규제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며 “민간 자율 합의인 만큼, 실효성 문제가 매번 제기되는데, 법제화를 시키면 이를 강제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적합업종의 실행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지원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적합업종 법제화는 기본 취지인 민간 자율 합의를 거슬러 또 다른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같은 우려에 서강대학교 임채운 교수는 “우리나라와 같은 성숙단계, 소규모 시장에서 이 같은 갈등은 필연이어서 합의 이끄는 게 당연히 힘들다”며 “아직 3년 밖에 되지 않은 제도인 만큼,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도 “무조건 대기업은 하지 말라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실질적인 균형발전에 대한 상황을 요구하는 것이지 시장경제를 아예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오영식 의원은 법제화 이전에 국회와 중소기업계가 더욱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법은 최후의 수단이다. 강제하기 이전에 자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소기업인들의 입장과 목소리를 더욱 크게 내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