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무너졌는데도 버젓이 영업… 현대백화점 사고의 3가지 안전불감증

입력 2014-06-3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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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정기세일을 맞아 수많은 쇼핑객이 운집한 현대백화점 천호점에서 1층 천장 일부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백화점 측은 별다른 대피방송 없이 버젓이 영업을 강행해 거센 질타를 받고 있다.

29일 경찰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4분쯤 서울 강동구 천호동 현대백화점 1층 안경 판매장의 천장 일부가 갑자기 붕괴했다. 약 24m²(7평 가량) 면적의 석고 마감재가 붕괴하면서 그 안에 있던 공기 순환용 배관(덕트) 4~5개도 매장 아래로 쏟아졌다. 쇼핑을 하던 조모씨(34·여)와 딸 이모양(5), 그리고 직원 김모씨(47·여) 등이 떨어져 내린 마감재에 맞아 다쳤다.

당시 1층에서 쇼핑하던 수백 명의 고객들이 대피하느라 백화점은 잠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마침 이날은 19년 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있던 날이었다.

그러나 현대백화점 측은 사고 직후 대피방송도 하지 않았고 사고 현장을 가리는 데만 급급해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백화점은 다른 층의 천장의 안전성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1층 천장이 무너지는 사고가 있었지만 안전하다’는 안내방송을 한 차례 실시했다. 더구나 사고 현장에서는 안내방송 자체를 듣지 못한 손님이 많았고 직원들조차 알지 못했다.

의류매장의 한 직원은 “난 8층인데 소식도 몰랐다. 사람들 통제한다고 하는 것 같은데 계속 올라오는 것 보면 통제가 제대로 안 되나 보다”라면서 트위터로 현장 상황을 전했다.

2층에서 쇼핑을 하던 이희정씨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고가 났다거나 피하라는 안내방송 자체를 전혀 듣지 못했다”면서 “최근 큰 사고가 많았는데 어쩌면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도 가슴이 떨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백화점 측은 “내력벽 등 건물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아니었고 큰 규모가 아니라서 (대피방송 없이) 안내방송만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6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지만 현대백화점은 사고 현장만 통제한 채 모든 층에서 영업을 강행했다. 마감재가 떨어진 천장은 물론 해당 매장 주변을 천으로 빙 둘러 가로막고 안전요원 등을 배치해 취재진 등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했다. 입장하는 손님도 제재 없이 계속 받았다. 백화점 측은 영업이 종료된 후 붕괴 원인 등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사고는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이 안전문제를 직접 챙기며 강조한 지 열흘도 안 돼 일어난 일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20일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서 열린 화재대피 훈련 현장을 직접 찾아 고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길 것을 강조했으며, 이를 위해 직접 여행용 가방을 들고 고객들과 함께 화재대피 훈련을 체험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최근 열린 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도 “안전관리 규정이 잘 되어 있어도 실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생각이 안 날 수 있다”며 “현장에서 반복 훈련으로 초기 대응력을 키워야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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