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 문창극 후보자 사태의 의미 -현진권 자유경제원장

입력 2014-06-30 10:47 수정 2014-06-3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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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권 자유경제원장

문창극 후보가 국회 청문회를 거치기도 전에 사퇴했다. KBS 방송이 악의적으로 편집한 내용으로 여론몰이를 한 것이 직접적 원인이었다.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만이, 이 여인을 돌로 쳐라”에서 앞부분을 떼어버리고, “이 여인을 돌로 쳐라”로 편집 보도했다. 예수마저도 살인자가 되어버린다. 모든 사람을 악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짓 만들기 기계가 공영방송이란 이름으로 자행되었다. 이는 이념과 사상의 문제가 아니고, 진실의 문제다. 이념 대립이 극심한 우리 사회에서도 진실과 거짓 앞에선 모든 진영이 같은 목소리를 내야 정상적인 사회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진실과 거짓의 문제에 이념과 사상을 투입하여, 거짓으로 이념투쟁을 하게 되었다.

여론몰이 희생자였던 문 후보는 청문회를 거쳐야 했다. 개인의 진실을 밝혀야 하는 문제가 아니고, 우리 사회에서 법치주의가 제대로 작동함을 보이기 위해서다. 청와대는 눈앞의 지지율만 보았을 뿐, 우리 사회의 원칙을 망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인지에 대한 인식은 없었다. 공영방송이 거짓으로 여론몰이에 성공한 것은 거짓의 일시적 승리다. 그러나 대통령이 여론몰이로 인한 다수의 거짓에 굴복하면, 그 거짓을 만들었던 집단이 힘을 가지게 된다.

이제 KBS는 국가의 최고 권력집단이 되었다. 우리 사회의 모든 사람들은 KBS를 무서워할 것이고, 특히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은 KBS에 적당한 아부관계를 유지하려고 혈안이 될 것이다. 법과 원칙은 종이호랑이일 뿐, 실제 우리 사회는 KBS 기분 맞추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여론몰이로 한탄함으로써 얻게 된 그들만의 원칙이 법치보다 우선하게 되면, 얼마 있지 않아 권력을 가진 집단과 우리 사회는 부패하게 된다. 원칙이 없으니, 줄대기가 최고 원칙이 되는 사회가 되기 때문이다. 줄대기에는 반드시 뇌물과 부패가 뒤따른다.

문창극 사태 문제는 단순히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이성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원칙을 깨버린 본질의 문제다. 특정집단이 그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한 개인을 거짓으로 말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정치인들은 거짓으로 만들어진 여론만을 보고, 거짓을 거짓이라 애기하지 않고, 거짓에 합류했다. 그들 머리엔 사회를 지탱하는 원칙에는 관심 없고, 오로지 지지율에만 골몰한다. 이런 사회는 절대 제대로 발전할 수 없고, 위기의 사회다.

문창극 후보 문제는 끝났지만, 거짓으로 진실을 오도한 KBS 보도에 대해선 철저히 따져야 한다. 거짓이 진실을 이겨도, 가만있는 사회는 비정상적 사회이며, 죽은 사회다. 박근혜 대통령은 연초에 ‘비정상의 정상화’를 국정 목표로 내세웠지만, 이번의 행동은 비정상에 굴복한 것이다. 조선말기 우리 사회는 죽은 사회였다. 법과 원칙이 없고, 양반계급은 권력을 이용하여 착취하였고, 백성들은 게으름으로 반응한 죽은 사회였다. 그래서 총소리 한 번 없이 우리 사회를 일본에 빼앗겼다. 지금 우리 사회는 법과 원칙보다 여론몰이 집단논리가 우선하고, 법과 원칙을 지키려는 정신과 의지도 없는 사회로 가고 있다. 조선말기의 일본지배에 분개하기 앞서, 죽은 사회를 만든 우리 스스로에 먼저 분개해야 한다. 함석헌 선생은 오래전 이 땅의 국민을 깨우치기 위해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고 외쳤다. 원칙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백성에겐 미래가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원칙이 붕괴된 비정상적인 사회다. 원칙을 생각하고, 비정상을 정상화시키는 국민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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