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 여객기 착륙 사고가 조종사 과실로 밝혀진 가운데 근본 원인이 과도한 비행 스케쥴과 열악한 환경에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의 피로도가 누적돼 항공 안전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에 따르면 조종사들이 회사의 무리한 비행 스케쥴과 야간 퀵턴 등 처우 등에 불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조종사는 “샌프란시스코 사고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고 바꾸려고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건드리지도 않았다”며 “아무리 훈련을 하면 뭐하나? 안전운항의 시작은 스케쥴인데, 운항의 ABC도 모르는 자들이 스케쥴을 짜고 있어 탁상행정의 결정판을 본 것 같다. 진정 안전운항을 보고 싶고 성과를 내고 싶으면 스케쥴팀부터 개혁하라”고 성토했다.
또 다른 조종사는 “수 많은 스케쥴 미스(MISS)를 조종사들이 온몸으로 막아내며 간신히 꾸려나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며 “애꿎게 조종사들을 조종사들을 힘들게 할 생각은 하지 말고, 능력 또는 인력이 모자라는지 분석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지, 스케쥴 공시를 매번 미뤄가며 억지로 꿰어 맞춰가는 모습에 안타깝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가 대한항공 조종사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조사도 나왔다.
26일 문병호 국회의원실에서 26일 진행한 ‘항공 안전을 위한 조종사 관리제도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기일 항공안전정책연구소 소장은 ‘국내 민간항공 조종사 비행안전실태 연구’를 위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조종사의 피로도를 높이는 연간 950시간 이상 비행하는 조종사가 대한항공은 16.5%인 반면 아시아나는 51.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시아나는 설문조사에서 연간 비행시간 기준에서 ‘매우 피곤하다’고 느끼는 조종사가 절반이 넘는 51.4%로 조사됐으며, ‘CRM(승무원자원관리)의 부족’ 질문에는 85.2%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CRM의 부족에 대해 54.5%가 답했다. 이 소장의 설문조사(2013년 10월 31일~11월 7일)는 대한항공 조종사 152명과 아시아나항공 36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규정에 맞춰 운항 스케쥴을 만들고 있고 매월 조종사 피로도와 안전과 관련해 협의하고 있다”며 “아울러 설문조사의 경우 조종사가 1500명 정도 되는데 36명을 표본을 삼아 나온 결과를 가지고 일반화시키기에는 성급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