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통신비로 등골휘는데… 정책 헛물 켜고 대책 ‘공회전’

입력 2014-07-0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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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탕재탕 완화정책 실효성 의문…요금인하제·보조금 상한제 하반기로 결정 연기

정부가 이동통신 관련 주요 정책들의 결정을 계속 연기하는가 하면, 최근 내놓은 정책마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미래부와 방통위가 최근 이동통신 가입비 50% 경감과 유심비 인하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통신비 인하정책을 야심차게 내놓았지만,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가입비 같은 일회성 비용 인하에 집중한 나머지, 정작 중요한 이용요금에는 신경쓰지 못해 알맹이가 빠졌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또 가계통신비 인하와 직결될 수 있는 통신요금인가제, 단말기보조금 상한제 같은 노른자 정책들은 정책 방향을 잡지 못한 채 발표 일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통신비 내릴 수 있는 ‘요금인가제·보조금 상한제’ 결정 연기 = 정부가 30일 발표한 가계통신비 경감 방안에서 정작 중요한 정책은 누락됐다. 6월까지 내놓기로 한 통신요금 규제 로드맵과 단말기 보조금 상한제 등 실질적인 통신비 인하를 유도할 수 있는 노른자 정책은 하반기로 연기했기 때문이다.

미래부는 당초 6월 말 통신요금 규제 개선 로드맵을 확정, 발표하기로 했다. 이 제도의 핵심 내용은 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에 적용되고 있는 이동통신 요금인가제의 존폐 여부였다. 이 제도로 인해 SK텔레콤은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할 때마다 정부에 요금제 허가를 받고 있다. 반면 2위와 3위 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는 신고만 하면 된다.

요금인가제도는 가계통신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인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될 경우 시장 선점을 위해 이통3사가 다양한 요금제를 출시, 결국 가계통신비가 인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와 LG유플러스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인가제를 폐지하면 SK텔레콤의 독주가 더욱 심화되고 마케팅 비용의 상승으로 통신비가 인상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처럼 업체간 이익이 엇갈리면서 정부가 뚜렷한 결정을 못하는 모습을 보여, 이동통신 정책의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이 실종된 양상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인가제 존폐를 둘러싼 사회적 공감대가 아직 성숙되지 않았고, 인가제는 경쟁 등 전반적인 통신정책과 연계하여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해명했다.

방통위도 6월 말까지 확정하기로 한 단말기 보조금 상한제 결정을 미루고 있다. 이통 3사 중, 팬택은 보조금 상한제를 내리고 삼성과 LG는 올려야 통신비 인하가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역시 정책 결정을 미루면서 방통위가 업체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헛물켠 정부 통신비 완화정책… 소비자 체감효과 無 = 박근혜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통신비 인하정책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 5월 1차 통신비 경감 대책에 이은 두번째 방안이었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기 어려운 대책을 내놓아 업계의 질타를 받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30일 △가입비 및 서비스 요율 인하(2G·3G 데이터 요금) △USIM 가격 인하 △요금제 선택권 확대 △알뜰폰 활성화를 통한 통신요금 인하 △선불요금 음성통화료 인하 등을 골자로 하는 ‘2014년 가계통신비 경감 방안’을 발표했다.

이 중 눈에 띄는 것은 가입비와 유심비 인하 부분이다. 미래부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가입비를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계획에 따라 지난해 가입비의 40%를 낮췄다. 이어 오는 8~9월 중 50%를 추가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올해 연간 1700억원의 통신비를 절감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이통3사의 가입비는 SK텔레콤이 2만1600원, KT가 1만4400원, LG유플러스가 1만8000원이다. 50% 삭감될 경우 각각 1만800원, 7200원, 9000원이 된다. 여기에 8800~9900원인 범용사용자식별모듈(USIM) 가격이 10% 인하되면 가입자들은 1만원 내외의 금액을 할인받게 된다.

하지만 혜택은 당장 통신사를 옮기는 특정한 가입자에 한해 돌아간다. 그마저도 일선 대리점·판매점에서는 이미 가입자 유치를 위해 가입비나 USIM비를 면제해 주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현실에서는 그리 혜택이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일부 내용을 재탕해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요금제 선택권 확대는 지난해 미래부가 이미 발표한 내용이고, 선택형 요금제도 이미 일선 이통사에서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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