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에스컬레이터 ‘두줄서기’

입력 2014-07-0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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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서울IR그룹 PR사업본부 전임컨설턴트

질서를 지키는 사람이 눈치를 보고, 규칙을 어기는 사람이 오히려 당당하다. 지하철 역사 내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마다 마주하는 광경이다. 에스컬레이터 왼쪽 줄에 서 있으면, 뒤에서 “왜 서 있냐? 올라가라!”거나 “지나가게 비켜달라!”는 말을 듣는다. 양해도 없이 밀치기도 한다. 부당한 요구를 어쩜 이리도 떳떳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에스컬레이터 한줄서기’가 각종 안전사고의 원인으로 지적되면서 ‘두줄서기’ 캠페인이 시작된 지 햇수로 6년째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는 공공의 안전보다 개인의 이기심이 중요해 보인다. 물론 ‘에스컬레이터 두줄서기’ 운동이 시작되고부터 서로 다른 주장 사이에 논란이 있어 왔다. 그러나 “바쁘니까 한 줄로 서자”는 편의주의 의견보다 “위험하니까 두 줄로 서자”는 안전주의 의견이 더욱 우위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최근 각종 사고와 참사가 있었다. 안전 불감증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부족하다. 그 뒤에 가려진 국민들의 드높은(?) 위법 정신에 주목해야 한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 사이로 폭주하는 퀵서비스 오토바이, 속도 위반이 운전 실력으로 미화되는 고속도로, 내리는 사람들을 마구 밀치며 전철에 올라타는 승객, 문이 닫히고 있는 전동차 안으로 다이빙하는 승객,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법, 질서, 규칙, 공중도덕을 국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어기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 사고가 없다면 그것이 기적이다.

국민들이 모여 국가를 이룬다. 하루 700만 시민이 이용하는 서울지하철, 우리의 국민성과 질서 수준을 대변하기에 충분한 공간이다. ‘에스컬레이터 두줄서기 운동’, 홍보나 캠페인만으로는 이미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시민의 안전을 담보로 하는 ‘기다림’은 바른 정책이 아니다. 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흡연에 대해서도 과태료를 부과하는데, 타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관대하다. 필요하다면 단속, 과태료 등 법적 장치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공공의 질서를 해치고 타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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