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쉬고 잘노는 경영자가 경영도 잘한다'

입력 2006-08-10 15:04 수정 2006-08-1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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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들의 톡톡 튀는 여름나기 비법

'잘 쉬고 잘 노는 경영자가 경영도 잘 한다'

휴가철을 맞아 나름대로 자기만의 방식으로 여가를 즐기는 경영자들이 늘고 있다.

창의력이 강조되는 21세기엔 잘 노는 것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경영자들도 제대로 쉴 줄 알고 놀 줄 아는 휴테크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상승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받고 있다.

‘여가’는 희랍어로 ‘스콜레(Scole)’라고 말한다. 그런데 ‘스콜레’가 바로 오늘날 학습을 의미하는 ‘학교(School)’나 ‘학자(Scholar)’의 어원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쉰다는 말은 곧 교양을 쌓고 자기 수양을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얘기다. 잘 쉬는 법, 그리고 당당하게 휴가를 보내는 CEO들이 많아질수록 기업들의 경쟁력도 높아지지 않을까.

국내 대기업 경영자들의 상당수가 과중한 업무로 제대로 된 휴가나 여름을 즐기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노는 것이 경쟁력이다’라며 다양한 ‘여름 즐기기’에 몰두하고 있는 경영자들이 점차 늘고 있다. 한마디로 휴테크를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다.

◆짚차 타고 오프로도 즐기는 CEO

오프로드의 대명사 ‘지프(jeep)’를 판매하고 있는 다임러 크라이슬러코리아의 웨인 첨리 사장(암참회장). 그는 요즘 잠시라도 틈만 나면 양발과 양손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마치 운전면허 시험을 앞둔 이가 모의운전 흉내를 내듯 양발을 ‘들었다 내렸다’ 양손을 ‘좌우로’ 부지런히 움직인다. 사무실 의자가 바로 운전석으로 바뀐 셈이다.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게 쏟아지는 사무실이지만 첨리 사장의 와이셔츠는 금방 땀에 젖는다.

“곧 있을 지프 잼버리에 참가하기 위해선 훈련을 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오프로드에서 드라이빙엔 본능적인 감각과 순발력이 필수인데, 그 감을 유지하기 위해 첨리 사장이 고안해낸 고육책이다.

첨리 사장은 일벌레라고 알려져 있지만 여름휴가 때마다 지프차 오너들이 국내는 물론 미국, 유럽 전 지역을 돌며 황무지와 산악 따위의 비포장도로(오프로드)를 마구 달리는 ‘지프 잼버리’대회는 절대 놓치지 않는다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 지프를 타고 자연을 달리다 보면 폭염 따위는 느낄 새가 없죠. 가파른 계곡을 따라 달릴 때면 등에선 오히려 식은땀이 흘러 내립니다. 오싹한 한기마저 느낄 때가 많아 말 그대로 피서(避暑)론 최고죠.”

실제로 몇 해 전 웨인 사장은 몰던 지프가 급경사진 언덕을 오르다 전복되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프로드에 참가하는 차량들은 안전을 고려해 튼튼한 골격으로 만들어져 사고가 아닌 헤프닝으로 끝났어도 가슴이 서늘해졌다고 회고했다.

모험과 스릴을 즐기는 성격 때문에 첨리 사장은 올 여름휴가에도 어김없이 애마인 지프를 몰고 오프로드를 달릴 계획이다.

◆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스피드 즐기는 CEO

'두두두둥'

지축을 뒤흔드는 엔진소리와 함께 육중한 모터사이클 한 대가 나타난다. 명품 오토바이의 대명사 ‘할리 데이비슨’의 심벌이 한눈에 들어온다.

검정 가죽 재킷에 검정 부츠 차림. 할리우드 영화 <이지라이더>의 폭주족을 연상시키는 복장을 하고 나타난 사람은 이미 불혹이 넘은 이계웅 할리데이비슨 코리아 사장이다.

이 사장은 국내 최초로 ‘할리’를 도입한 장본인이자 오토바이 마니아다. 주말이면 동호회원들과 함께, 혹은 혼자서 교외로 투어링을 다니며 자유를 만끽한다.

할리와의 인연은 모터사이클에 대한 선친의 애정에서 비롯됐다.

20대부터 77세에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모터사이클을 몰고 다녔던 그의 아버지는 러시아제, 영국제, 일본제, 미국제까지 안 타본 모터사이클이 없을 정도였다. 당연히 유년시절부터 모터사이클과 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라이딩’을 하게 됐다.

그가 꼽는 모터사이클의 매력은 속도감과 진동 배기음이다. 말발굽 소리 같은 특유의 배기음 속에서 바람을 온 몸으로 받아내는 그 쾌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자유다. 물론 폭주족과 달리 교통법규와 안전수칙을 철저하게 지킨다. 평일에도 그는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답답할 때 모든 일을 제쳐두고 교외로 훌쩍 떠난다.

1~2시간 정도 맑은 공기를 마시며 질주하다 보면 심신이 맑아진다고. 그는 “두 발로 내 몸을 지탱할 수 있을 때까지 모터사이클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한다.

◆ 산악자전거에 몸 싣고 산오르는 CEO

산악 자전거 매니아로 통하는 구자열 LS전선 부회장. 구 부회장은 10년째 산악자전거를 타고 있다. 과거에는 등산을 즐겼는데 산을 내려올 때 무릎관절에 무리가 오자 산악 자전거로 바꿨다.

웬만한 국내 산악 자전거 코스는 이미 섭렵했고 해외 산악 자전거 투어도 몇 차례나 참가했다.

그는 종종 “산악 자전거는 근성이 필요하며 이러한 근성을 경영에도 많이 적용하고 있다”고 말하곤 한다. 서울 자택에서 안양공장까지 40㎞를 운동 삼아 자전거를 타고 가기도 했으며 어떤 날은 하루에 200㎞를 달린 적도 있다.

◆ 국궁(國弓)으로 정신을 새롭게 하는 CEO

대성그룹 김영훈 회장은 ‘국궁’ CEO로 이름이 높다. 김 회장은 서울 종로구 사직공원 뒤 황학정, 육군사관학교 화랑전도 자주 들르지만 집 뜰에도 간이 활터를 마련해 날마다 출근 전, 퇴근 후 활시위를 당긴다. 정신집중에 더할 나위 없이 효과적인 국궁이기에 경영상의 집중 추진력은 활쏘기에서 나온다는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사내 국궁동호회를 직접 만들어 국궁 보급에 나서는 한편 황학정 등 전국 350개에 달하는 국궁 활쏘기터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활시위를 힘껏 잡아당기는 것(滿酌)은 새로운 사업을 할 때 모든 정보를 한 곳으로 모으는 것과 같고, 과녁을 향해 활을 쏘는 것(發矢)은 사업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것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또 언제 어떻게 쏘느냐에 따라 과녁을 맞히는 것이 좌우되는 것처럼 투자시기를 잘 맞추어야 사업에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 강철체력 자랑하는 산 사나이CEO

평사원시절 즐겨왔던 여가생활이 CEO가 돼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 등산이 대표적이다.

신상훈 통합신한은행장은 행원시절에 별 생각 없이 등산을 하다가 어느 시점부터 산을 알고 결국 산이 좋아 몰입하게 된 케이스다. 이젠 산사나이로 통할 정도로 등산 마니아다.

2년전 여름에 신 행장은 전국 개인고객영업점포장 300명을 불러 회의를 주재한 직후 점포장을 이끌고 북한산에 올랐는데 당당히 1등으로 등반을 마쳐 주위를 놀라게 했다. 산행 당일 비까지 내리는 악천후 속에서도 놀랄 만한 체력을 보여주며 범상치 않은 등반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지난 8일 경주에서 열렸던 경주벚꽃마라톤대회에 참가해 10km를 50분대 초반에 완주하면서 강철체력을 보여줬던 것도 등산이 밑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SK㈜ 신헌철 사장은 마라톤을 만나면서 휴테크에 눈을 떴다. 그는 1998년 퇴행성 관절염을 앓으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마라톤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마라톤 풀코스를 9번이나 완주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달리기의 가장 큰 매력은 때와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고 운동화 한켤레와 운동복, 그리고 약간의 시간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부담 없는 운동”이라고 말한다. 달리면서 혼자 사색하고 스스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 또한 다른 운동과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이란게 신 사장이 달리기에 매달리는 이유다.

신 사장은 비 오는 날을 제외하곤 요즘 자택 근처에 있는 양재 시민의 숲을 아침 한 시간씩 뛰고 있다.

◆ 카메라의 렌즈에 마음을 담는 CEO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영상(Visual)에 관한 감성이 남다르다. 특히 사진촬영은 전문가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잦은 해외출장을 통해 틈틈이 1500여 점의 사진을 찍어 이 중 12점을 골라 지난해 캘린더를 제작해 지인들에게 선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진은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대상이 가진 여러 얼굴을 담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마음으로 ‘나’와 ‘너’가 만날 때 진정한 이해를 바탕으로 표현되는 것이 아닐까요. 도와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새 해에도 따뜻한 마음으로 다시 만나 게 되기를 소원합니다.”

조양호 회장은 올해로 5년째 보내는 2006년 캘린더에 이 같은 인사말을 담아 도와주고 격려해 준 지인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 했다.

조양호 회장이 찍는 대상은 주로 자연 풍경이다. 그는 평소 국내외 사진 전문 잡지를 보면서 마음에 드는 것은 스크랩해 두었다가 작품 활동에 참고로 한다. 또 사진 전문가와 만날 기회가 있으면 서로 의논을 하여 미진한 부분을 고쳐 나가기도 하고 해외 출장지에서 차량으로 이동하다 차창 밖의 멋진 풍광이 눈에 들어오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차를 세워 촬영을 할 정도로 사진에 대해 열정적이다.

자신의 애기(愛機) '콘텍스 645'와 '캐논 EOS'함께 최근에는 디지털카메라인 ‘캐논 EOS1DS Mark II’를 장만해 해외출장 때면 분신처럼 몸에 지니고 다닌다.

<사진설명: 사진촬영이 이미 전문가 수준에 다달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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