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글로벌 전략 현주소] 금융영토 개척 삼국지... ‘엉거주춤 코리아’

입력 2014-07-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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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화 추진 10년 지났지만 해외점포 현지화 정체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미얀마로 건너가 그동안 금융 사고로 중단했던 금융 세일즈 외교를 재개했다. 미얀마 정부가 조만간 외국계 은행 5곳에 합작법인 및 지점 설립을 허가해 줄 예정이어서 신 위원장이 직접 미얀마 금융당국을 방문, 협조를 구한 것이다.

그러나 국내 은행들의 미얀마 금융시장 진출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일본계 은행들의 자금력이 국내 은행들보다 월등히 좋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많아야 1~2개 정도 할당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얀마와 제일 가까운 곳은 일본은행들이다. 또 동남아시아 금융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중국계 은행들의 진출이 급증하고 있다.

미얀마는 천연가스 등 풍부한 에너지 자원과 6200만명에 달하는 저임금 노동력을 바탕으로 올해 7%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2의 베트남과 중국으로 여겨질 정도로 국내 은행뿐 아니라 각국의 은행들이 진출하고 있는 곳이다.

올해 국내 은행들의 해외 신설 점포가 지난 200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총 8곳의 해외 점포가 신설됐다. 형태별로는 법인 1곳, 지점 3곳, 사무소 4곳이다. 은행들이 수익성 악화 타개책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는 데 따른 결과다.

이 같은 추세라면 최소 15개 이상의 해외점포가 생길 전망이다. 1997년 말 257개였던 국내 은행의 해외점포는 IMF 구제금융의 여파로 이듬해 말 134개로 급감했다. 이후에는 매년 해외점포가 한 자릿수의 증가률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15개의 해외점포가 신설되고 5개가 폐쇄됐다.

문제는 글로벌 금융시장 요충지에서 국내 은행들의 위상이다. 금융당국이 ‘금융의 삼성전자’가 나와야 한다며 국제화를 추진한 지도 벌써 10년이 지났지만 현지시장 진입장벽은 국내 은행들에게 유난히 높아 보인다.

특히 해외점포의 현지화가 정체됐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1년 해외 점포당 임직원 수는 22.1명에서 2013년 16.1명으로 감소했다. 현지에서 채용한 임직원 비중 역시 2.0%로 1999년(2.6%)보다도 낮았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반면 중국일본계 은행들의 해외시장 진출 속도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유럽계 은행이 디레버리징(부채 정리)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중국, 일본 은행이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글로벌시장 영역을 넓히고 있다. 중국 은행들은 당국의 적극적인 금융 외교 지원 아래 빠르게 몸집을 불려 기본자본(Tier1) 기준 세계 10대 은행 중 4개가 중국계다.

일본 은행들도 아베노믹스를 통해 얻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탁으로 해외영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일본 은행들의 해외자산 규모는 지난해 4분기 사상 최대치인 3조3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은행의 총 해외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4%에 달한다. 2007년 6.3%와 비교하면 7년 만에 4%포인트나 늘어났다.

이들 은행의 국내 금융시장 진출 속도도 우리 은행들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국내 금융시장은 전통적인 강자였던 미국유럽계 은행들은 위상이 추락하고 중국일본계 은행들이 절대강자로 약진하고 있다.

중국·일본계 은행의 국내 지점 9곳의 2013년 말 기준 당기순이익은 6180억원이다. 북미유럽계 22곳의 3848억원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이들 은행 지점 9곳의 총자산 규모는 64조원. 북미유럽계 은행 총자산(117조원)의 54%에 불과하지만, 이익은 62% 더 많이 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공격적으로 해외 진출을 늘리는 중국일본계 은행들에게 문화적 장벽이 없는 한국은 주력 시장으로 국내 시중은행을 위협할 수준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면서 “우리 은행들에게는 아시아 신흥국가에 대한 금융인프라 수출 독려, 정부의 금융외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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