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덩치 키우기로 M&A 위협 녹인다

입력 2006-08-01 12:20 수정 2006-09-0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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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그룹 지분구조 현황

국가산업중추 포스코, 외국자본 적대적 M&A 가능성 대두

모범적 지배구조 불구 2000년 민영화 이후 지배주주 없어

外人지분 62%…세계 1위 미탈, 아셀로어 인수로 우려 확산

세계 2위 신일본제철 등과 상호 지분확대 등으로 돌파 관심

세계적 철강기업 포스코는 투명하고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직이 분리돼 이구택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을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진들은 경영 활동에만 전념한다. 이에 대한 감시·감독 기능은 이건산업 대표이사 회장인 박영주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사외이사 9명이 주축이 된 15명의 이사회에서 맡는다.

한마디로 이사외 중심의 전문경영인 체제로 선진 기업에서도 보기 드물게 이사회와 경영진 간에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는 시스템을 갖춰놓고 있다.

그러나 포스코는 이 같은 선진적인 지배구조를 갖춰 놓고도 아이러니 하게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 또한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국내 기간산업의 중추 포스코그룹에 도대체 어떤 거대한 외풍(外風)이 도사리고 있는 것일까.

◆ 포스코, 지분 50% 이상 계열사만 17개사 달해

포스코그룹은 철강, 건설, 엔지니어링 등 3대 기축(基軸)사업을 중심으로 22개 계열사(7월1일 상호출제제한기업집단 기준)를 거느리고 있는 국내 9위의 대그룹이다.

지난 4월1일 기준으로 총자산만 30조2000억원, 순자산은 22조6500억원에 달한다. 계열사들이 2005사업연도에 거둔 매출은 31조300억원, 순이익은 4조34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포스코는 지난해 벌어들인 순이익만 4조13억원에 이르고, 총자산 23조6300억원에 부채는 3조8700억원에 불과한 순자산 19조7600억원의 초우량 기업이다.

계열사간 지배구조에서도 포스코는 보유지분이 50% 이상인 계열사만 17개사를 거느리며 포스코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 노릇을 하고 있다.

포스코는 유가증권 상장사인 포항강판 66.7%를 비롯, 코스닥상장사 포스데이타 61.85%, 포스렉 60.0%, 비상장사인 창원특수강 100.0%, 포스틸 95.3%, 포스코건설 90.9%, 한국에너지투자 100.0%, 포스코파워 50.0%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특히 국가산업적으로도 포스코는 국내 유일의 일관제철사로 건설, 기계, 조선 및 방위산업을 비롯한 모든 산업의 기초소재를 공급하는 국가 기간산업의 중추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 국가 기간산업의 중추 적대적 M&A 가능성 대두

하지만 포스코에 대해 올들어 외국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에 대한 목소리가 부쩍 높아지고 있다.

같이 민영화의 길을 걸은 KT&G가 칼 아이칸으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고 있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에서 “KT&G에 이어 포스코가 또다른 적대적 M&A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우려감을 증폭시켰다.

포스코의 적대적 M&A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포스코가 지난 2000년 민영화 이후 지배주주가 없다는 점을 기저에 깔고 있다.

현재 포스코의 최대주주는 SK텔레콤으로 보유지분이 2.85%에 불과하다. 증권업계에서는 여기에 국민연금(2.76%), 포항공대(2.77%), 신일본제철(3.22%), 우리사주(2.14%), 의결권 없는 자사주(8.14%)를 포함해도 포스코의 우호지분이 25%를 넘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반면 포스코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 28일 현재 62.24%에 달한다. 특히 미국계 펀드인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이 현재 5.7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외국계 펀드가 포스코의 단일 최대주주로서의 지위를 갖고 있는 실정이다.

◆ 7조원 달하는 비핵심 자산 및 금융자산 보유 매력적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분 구조에 더해 포스코가 비핵심 자산과 금융자산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외국자본이 군침을 흘릴만한 배경으로 꼽힌다.

포스코는 3월말 현재 SK텔레콤 주식 5.83%를 비롯해 대한해운 2.17%, 한일철강 10.14%., 하이스틸 9.95%, 문배철강 9.02%, 하나금융지주 2.26%, 동양철관 2.45%, 신일본제철 2.46% 등 매도가능증권 규모가 1조8500억원에 이른다.

또 포스코건설, 포스틸, 포항강판, 창원특수강, 한국에너지투자 등 지분법 적용 대상이 되는 계열사들의 주식가치만 지난 3월말 기준으로 2조8217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수익증권,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금융상품의 장부가액만도 1조5500억원에 이르는 등 금융자산만 7조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이같은 점 때문에 비핵심자산 매각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배당 여력을 높이는 데 눈독을 들이는 거대 외국자본이 나타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M&A 가능성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지난 5월10일 498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 때 제출한 유가증권신고서에도 이 같은 입장을 엿볼 수 있다.

포스코는 “시가총액이 20조원에 이를만큼 대형화 돼 있어 지분 취득이 곤란한 데다 상당수의 우호주주를 확보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M&A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세계 1위 철강사 미탈, 아셀로어 인수로 우려감 확산

하지만 세계 철강업계의 대형화 및 통합화 흐름과 관련해서는 M&A에 대한 일말의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포스코는 유가증권신고서에서 “최근 세계철강업계를 보면 미탈스틸이 아셀로어 인수를 발표했다”며 “미탈스틸의 아셀로어 인수 시도는 세계 철강업계의 대형화 및 통합화를 더욱 촉진시킬 것으로 보인다”는 반응을 나타낸 바 있다.

곧 포스코에 대한 M&A 가능성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세계 철강업계의 재편과도 맞물려 있다. 세계 2위의 철강사 아르셀로 인수로 유럽과 미주지역을 평정한 세계 1위의 미탈스틸이 다음에는 아시아권에 관심을 둘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특히 아시아권 철강사들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합병회사 아르셀로미탈의 연간 철강생산량은 1억2000만t으로 세계 3위인 포스코(3140만t)의 4배 수준이다. 대만 차이나스틸이 미탈스틸 등의 적대적 M&A 시도에 대응하기 위해 다른 철강사와 지분제휴를 검토중이란 소식이 나오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민영화 과정에서 지분 구조가 취약해진 포스코도 언제든지 미탈의 M&A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포스코는 세계 2위의 신일본제철과 상호 지분 확대 등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일본제철은 포스코 지분 3.32%를, 포스코는 신일본제철 지분 2.5%를 교차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는 아울러 적대적 M&A 방어를 위해 자사주 매입과 주가 관리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대대적인 설비투자로 철강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동시에 포스코의 주가를 높여 덩치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현재 22만원대에 머물고 있는 주가를 30만원 이상으로 끌어올려 시가총액을 늘리면 적대적 M&A 시도를 사전에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최근 “포스코 시장가치를 20% 정도 올려 시가총액이 260억달러로 오르면 적대적 위험에 노출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세계 철강업계의 일대 지각 변동이 불가피한 가운데 포스코가 공격적인 성장 전략과 차별화 전략으로 적대적 M&A 위협이란 외풍을 헤치고 철강업계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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