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월드컵 방송, 어쩌다 부담으로 전락 했을까-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입력 2014-07-0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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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각 방송사당 100억원가량의 손실은 불가피하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을 통해 방송사들이 거둔 초라한 성적표다. 애초에 어느 정도 예상된 바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16강이 좌절되면서 브라질 월드컵 특수는 이미 끝난 상태다. 방송사의 월드컵 중계에 있어 우리나라의 경기는 그나마 모두 광고를 완판했지만 다른 경기들은 시청률이 뚝 떨어지면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고 한다.

이런 결과는 이미 SBS가 국제축구연맹으로부터 무려 약 760억원을 내고 중계권을 가져온 것에서부터 예견됐던 일이기도 하다. 결국 SBS는 KBS와 MBC에 중계권을 되팔면서 3사가 4(KBS):3(MBC):3(SBS)의 비용을 분담했지만 그래도 너무 많은 중계권료가 사전에 지출됐다는 것이다. 방송3사가 어느 합의점을 갖고 중계권료를 협상했다면 이렇게 높은 비용이 들지는 않았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은 시차가 정반대인지라 주로 새벽 방송에 포진된다는 점도 월드컵 열풍에 한계가 될 거라는 예상이 이미 제기된 바 있다. 게다가 대표팀의 평가전을 통한 부진 역시 역대 월드컵에 대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방송3사는 월드컵에 대한 이러한 관심의 부재를 월드컵 중계 전쟁이라는 볼거리를 통해 채워 넣으려고 했다. 월드컵이 시작되기도 전에 방송3사의 여러 예능 프로그램들은 자사의 월드컵 중계진을 띄우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MBC는 ‘아빠 어디가’를 통해 이미 주목된 김성주, 송종국, 안정환을 월드컵 중계진으로 꾸렸고, ‘라디오스타’와 ‘무한도전’ 등을 통해 이들을 홍보했다. KBS는 ‘우리동네 예체능’ 축구편을 통해 이영표와 조우종 캐스터를 소개하고 홍보했다. SBS는 ‘정글의 법칙’과 ‘런닝맨’ 등을 통해 배성재 아나운서와 차범근, 박지성 해설위원을 소개했다. 하지만 이 치열한 중계전의 결과는 의외로 예능과 무관하게 독자적 해설의 맛을 살린 이영표의 KBS로 돌아갔다.

결국 시청자들은 예능 프로그램이 과도하게 월드컵 중계 띄우기나 월드컵 소재에 발을 얹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했다. 결국 축구는 축구 본연의 맛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월드컵 소재에 숟가락을 얹는 모양새로 연예인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편승해 브라질까지 날아가는 모습은 일반 대중에게는 그다지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의 참담한 분위기에, 점점 어려운 현실 속에 놓여 있는 대중들에게 그들의 브라질행은 위화감만을 조성할 뿐이었다.

알제리전의 참패는 응원전을 명분으로 브라질 현지로 날아간 예능 프로그램들에 후폭풍으로 돌아왔다. 결국 보고 싶지 않은 경기를 응원전으로 재연한다는 것이 불편함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의 응원전은 팬덤에도 불구하고 브라질까지 갈 필요가 있었는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마저 흘러나왔고, ‘힐링캠프’나 ‘우리동네 예체능’은 우리 대표팀의 16강 진출 좌절과 함께 시청률도 추락했다.

결국 이번 브라질 월드컵은 방송사들에는 명분도 실리도 얻지 못한 실패로 돌아왔다. 방송3사의 과도한 경쟁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었고, 그 경쟁은 축구에 집중해야 할 방송이 예능에 더 많은 출혈 경쟁을 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본말이 전도된 상황. 어쩌면 예고된 실패였는지도 모른다. 좀더 실리를 추구하면서도 지금까지의 방송을 답습하는 것이 아닌 새롭고 참신한 프로그램의 창출은 향후 계속될 국가적 스포츠 이벤트를 맞는 방송사들의 숙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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