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외화예금… 고민 깊어지는 은행

입력 2014-07-0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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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시중은행 잔액 314억 달러… 대출·매입 한정 운용처 못찾아

은행들이 외화예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달러 약세로 곳간은 넘쳐나고 있지만 마땅한 운용처를 찾지 못해 아이들 머니(idle money·노는 돈)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외환, 우리, 하나 등 5개 시중은행의 5월말 기준 외화예금 잔액은 314억3900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3월 이후 3개월 연속 증가세다.

원·달러 환율이 당국의 구두개입에도 불구하고 6년만에 1010원 아래로 밀려나는 등 달러 약세가 가속화되면서 환율 저점을 노린 기업 투자자들이 외화예금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저금리와 증시 혼조로수시입출금식예금(MMDA),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대기하고 있던 돈들이 움직이고 있다.

더욱이 경상수지 흑자 이슈가 부각되면서 단기적으로 원ㆍ달러 환율이 1005원까지 밀려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세자릿수 환율’에 대한 기대감이 투자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환테크 열풍에 외화예금 ‘곳간’이 불고 있지만 은행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2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외화를 굴릴데가 없기 때문이다. 외화자산은 운용처가 대출과 매입외환에 한정돼 있다.

특히 외화예금 가운데 90%를 차지하는 기업들의 자금은 대부분 보통예금 등 수시입출금식 상품에 몰려있기 때문에 중장기로 나가는 외화대출에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

마진을 맞추기 위해 이자를 내리려고 하면 기업들은 곧바로 돈을 빼버린다. 이에 은행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금리를 유지하고 자금 유치를 위해 환전 수수료 혜택까지 얹어주고 있다. 사실상 역마진도 감수할 수 밖에 없다는게 관계자들 전언이다.

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개인과 기업들 자금 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수수료 면제 혜택을 주고 있다”며“일부 은행들은 인출시에도 매매환율에 거의 맞춰주기까지 하고 있어 운용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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