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취임사에서 꺼낸 말이다.
예상치 못한 수장 교체를 두고 외환·하나은행 통합을 염두에 둔 김정태 회장의 용인술이란 관측이 나오자 그는 ‘맏형 리더십’을 통해 조직 소통에 나섰다. 직원의 불안감을 달래기 위한 정공법이었다.
취임 직후 가장 먼저 한 일도 소통 콘서트를 연 것이다. 전 직원을 직접 만나 “모든 책임은 내가 질 테니 후배들은 자기 일에만 충실하라”는 뜻을 전했다.
일각에서 통합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그의 발언에 실망의 목소리가 터져나왔으나 오히려 김 행장은 선배의 마음으로 후배들을 따뜻하게 감싸안았다.
직원과의 충분한 교감이 쌓였다고 믿은 그는 취임 100일째 되는 날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통합 구상을 이어받아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외환·하나은행 통합 예정일을 2년 6개월이나 앞둔 시점에서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조기 통합 미션을 꺼내든 것이다.
김 행장은 인트라넷에 서면 메시지를 통해 “통합은 더 이상 미래 일이 아니라 현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라며 “외환 가족의 불안감을 이해하지만 감정적 대응보다는 냉철한 이성으로 원-그룹이라는 현실과 통합 논의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두 은행의 조기 통합에서 가장 막중한 임무를 띤 사람은 김 행장이다. 상실감에 시달리는 후배들을 추스르고 통합 반대 분위기를 잠재워야 한다. 맏형 리더십을 통한 중재자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설마했던 조기 통합이란 말을 직접 들은 직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외환은행 노조는 “김 행장에게 커다란 배신감을 느낀다”며 “선배라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는데 이마저 접게 됐다”고 오는 12일 전면 투쟁을 선언했다.
그러나 그의 포용 의지는 결연하다. 직원 뜻을 모두 모아 조기 통합의 가장 효율적 방법을 찾아내겠다는 각오다.
김 행장은 “직원 모두의 뜻을 모아 공감대를 형성하고 노동조합과도 성실한 협의를 해나갈 것”이라며 “은행과 그룹의 발전을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직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통합을 반드시 이뤄 내기 위해 어떠한 수고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오는 11일 임원 회의를 갖는다. 이 자리에서 향후 통합 구상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 수장인 김 행장의 목소리가 가장 중요하다.
총대를 맨 ‘맏형’의 결단이 외환은행 후배들을 구조조정이란 궁지로 몰아넣을지, 글로벌 뱅크 일원이란 자긍심을 불어넣을지 시험대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