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이 우리홈쇼핑 지분 50.03%(424만2796주)를 4667억원에 인수하면서 홈쇼핑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이에 따라 롯데쇼핑은 기존 백화점사업과 더불어 대형마트, 편의점, 슈퍼마켓에 이어 홈쇼핑 사업에 진출함에 따라 유통수직계열을 이뤄 유통왕국의 명가로서의 입지를 더욱 확실하게 굳히게 됐다.
그러나 롯데가 우리홈쇼핑을 인수하면서 풀어야 할 숙제들이 산적해 있다. 우선 그동안 우리홈쇼핑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여온 태광 등과의 SO사업에 대한 원만한 협력관계를 이끌어 내야 한다. 하지만 태광은 현재 롯데의 우리홈쇼핑 인수에 심기가 불편한 상황이다.
아울러 방송위원회로부터 승인 문제가 붉어지고 있다. 우리홈쇼핑이 지난 2004년 홈쇼핑사업 재승인을 받으면서 대주주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각서를 쓴 상태여서 이에 대한 해결책도 큰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롯데의 우리홈쇼핑 인수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업계 판도변화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롯데 신동빈 부회장이 수차례 M&A 실패를 한 경험이 있어 이번 역시 무리수를 두지 않았느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홈쇼핑 업계, 판도변화 ‘글쎄’
홈쇼핑업계에서는 롯데의 우리홈쇼핑 인수에 대한 반응이 무덤덤한 상태다.
일부에선 홈쇼핑업계 4위인 우리홈쇼핑과 롯데의 거대한 자본력이 합쳐진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정작 홈쇼핑 업계는 전혀 긴장하고 있지 않는 눈치다.
가장 큰 이유로 롯데가 방송송출사업인 SO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홈쇼핑 업계 1위인 CJ나 GS, 현대홈쇼핑 등은 자체적으로 SO사업을 갖고 있는 상태여서 이들 업체들을 뒤집기는 힘에 부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롯데의 경우 거대자본력을 갖고 있어 SO에 막대한 투자를 할 수도 있지만 이럴 경우 송출수수료 인상을 초래해 홈쇼핑 업계 전반에 위험을 불러올 수도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도 송출수수료가 높은 편인데 만약 롯데가 SO에 거대한 투자가 진행될 경우 안정적인 국내시장을 바탕으로 해외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홈쇼핑업계에 큰 위험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백화점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는 롯데의 유통구조가 홈쇼핑 사업과는 맞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기본적으로 유통마진을 없앤 홈쇼핑 사업과 고가의 상품을 파는 백화점 시장과의 유통구조의 차이로 롯데 자체의 홈쇼핑 사업이 큰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증권가 ‘잘못된 투자’ 쓴소리
증권가에서도 롯데의 우리홈쇼핑 인수에 대해 잘못된 투자라며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증권가에선 우리홈쇼핑 인수가격의 고평가 문제와 함께 우리홈쇼핑 2대주주인 태광과의 불협화음, 백화점과의 불투명한 시너지 효과, 방송위 허가문제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우리홈쇼핑의 인수가격을 좋게 봐도 1913억원에 불과하다며 롯데의 인수가격인 4667억원은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2468억원을 더 지급한 셈이다고 주장했다.
교보증권도 기업가치 평가 기준인 PER과 EV/EBITDA 기준으로 볼 때 우리홈쇼핑 가격이 CJ이나 GS홈쇼핑에 비해 2.1배 더 비싸게 샀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우리홈쇼핑 지분 46%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국내 최대 MSO 사업자 티브로드와의 불화도 이번 투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데 한 몫 하고 있다.
홈쇼핑 사업은 방송망 확보와 더불어 인지도 높은 채널 배정이 사업 성공의 관건인데 롯데쇼핑은 그런 기반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신동빈 부회장 무리수 둔 것 아닌가?
이처럼 롯데의 우리홈쇼핑 인수에 대한 비판적인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그에 대한 화살이 롯데 신동빈 부회장으로 돌아가고 있다.
지난해 롯데그룹차원에서 신동빈 부회장이 롯데쇼핑 상장을 위한 해외로드쇼를 직접 나서는 등 ‘롯데쇼핑 키우기’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 부었다. 즉 그룹차원에서 유통명가 지키기에 올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있었던 한국까르푸 인수전에서 다 잡은 고기를 놓쳤고 월마트 인수전에서도 강력한 인수후보로 물망에 올랐으나 결국 이마트에 넘겨줘야 했다.
상황이 이렇자 그룹내에서도 신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는 실정이다. 신 부회장의 지나친 조심성 때문에 각종 M&A가 실패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까르푸 인수시에도 그룹 중진들은 확실하게 배팅해 승부를 걸자고 주장했지만 막판까지 신 부회장의 망설임으로 결국 물거품이 됐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신 부회장이 우리홈쇼핑 인수에 너무 성급한 판단을 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방송위의 승인문제와 건교부 기업결합심사를 앞두고 있는 롯데가 과연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