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미국을 견제하고자 세계은행(WB)과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맞먹는 글로벌 금융기관 육성에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존의 글로벌 금융기관이 미국과 미국 동맹국의 영향을 지나치게 받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아시아 관련국가와 만나는 자리에서 WB와 ADB의 대항마로 세우려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자본금을 기존 계획의 두 배인 1000억 달러(약 102조원)로 늘리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현재까지 중동의 일부 오일 머니를 가진 국가들을 포함해 22개국이 중국 정부의 제안에 대해 관심을 보였으며 10개국이 중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AIIB는 ‘신(新) 실크로드’ 건설을 목표로 추진 중인 중국 베이징과 이라크 바그다드를 잇는 철도노선 등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다. 이 기구의 자본 대부분이 중국 측의 투자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중국이 AIIB의 규모를 이처럼 늘리려는 것은 서방권이 주요 국제금융기관에 지나치게 입김을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해 이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중국 전문가들은 지난 몇 년간 WB, 국제통화기금(IMF), ADB 등과 같은 국제금융기구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요구했으나 이들 기관의 구조개혁은 더디게 진행됐다고 FT는 전했다. 실제로 ADB에서는 일본과 미국이 각각 15.7%, 15.6%의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중국의 지분율은 5.5%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서 한 소식통은 “중국은 WB나 IMF에서 아무런 진척을 기대할 수 없을 거란 판단을 한 것같다”면서 “이 때문에 중국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WB를 만들고 싶어하는 것”고 말했다.
소식통은 중국이 AIIB 설립과 관련해 동남아시아와 중동 지역 국가는 물론 유럽국가들과 호주, 미국, 인도, 일본과도 논의했으나 미국과 그 동맹국은 완전히 배제하거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AIIB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계획대로 AIIB의 자본금이 1000억 달러가 된다면 ADB(1650억 달러)의 3분의 2 규모로 출범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