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한국경제] 장기불황과 규제에 움추려든 기업들

입력 2014-07-14 13:37 수정 2014-07-1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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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우리 경제의 최대 강점인 역동성이 사라졌다. 곳곳에서 위험신호가 감지된다.

무엇보다 국내 대표 기업들이 올 2분기 참담한 경영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영업이익(잠정)이 2년 만에 처음 8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 둔화가 직접적인 원인인 만큼 삼성 부품 계열사와 수많은 협력업체가 실적 부진의 유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는 멈출 줄 모르는 원화 강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현대차 2분기 실적 전망도 초라하다. 시장에서 언급되는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조원 턱걸이 수준(2조1000억원)이다. 지난해 2분기 2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13% 가까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매출 전망은 증가했다. 증권사들은 현대차의 올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0.9% 늘어난 23조4000억원으로 내다봤다. 환율 변수로 판매량이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가 발표한 ‘원·달러 환율 전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할 경우 국내 완성차 5개사의 매출액은 약 4200억원 감소한다.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 수출 비중이 75∼80%를 차지하는 만큼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매출이 약 2000억원(현대차 1200억원, 기아차 800억원)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달러 환율 하락은 거의 모든 업종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달러화로 항공유를 구입하고 항공기 리스 비용을 지급하는 항공사 등 극히 일부만 수혜를 입을 정도다. SK, LG 등 국내 주요 그룹이 환율 변동에 취약한 제조업·수출업 기반인 점도 한국 경제의 총체적인 난국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꺾는 각종 규제도 문제다. 대표적인 규제로는 내년 1월 시행될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화평법)과 ‘유해화학물질 관리법’(화관법)이다. 산업계는 소량 및 연구개발용 신규 화학물질에 대한 등록면제 규정 신설(화평법), 화학물질 사고 발생 시 가벼운 규정 위반에 대해 과징금 없는 경고·계도 조치(화관법)를 각각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대기업들의 곳간은 먼지만 쌓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10대 그룹 81개 제조업 상장사(12월 결산법인)의 유동자산은 250조7667억원으로 2011년 219조1899억원, 2012년 228조3656억원에 이어 증가 추세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유동자산이 늘고 있다는 것은 투자심라가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는 방증”이라며 “잔뜩 움츠린 기업들이 기지개를 켤수 있는 투자 유인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한국 경제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없자 일본식 장기 불황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일본은 경제의 거품이 꺼지면서 1991년부터 경제성장률 1%대의 저성장을 겪었다. 이른 바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일본식 장기경기침체 공포가 한국 경제를 엄습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인력 감축 및 재배치, 사업 재편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그룹은 금융 계열사의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제조 부문의 사업을 크게 재편하는 등 체질 강화에 나섰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중심의 사업구조를 강화하고 있으며, 한진·현대·동부그룹 등은 계열사 및 자산매각 등 자구책을 마련해 실행에 옮기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현재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면서 “기업들의 자구 노력과 함께 투자 여력을 확충할 수 있는 각종 규제 완화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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