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하다 울어버린 사람들

입력 2006-08-0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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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기록부를 보니 지난 20여년 동안 나는 2만 2천여 명의 창업 상담을 했다. 휴일을 제외하고도 하루 평균 4.5명을 만난 셈이다. 이렇듯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변한 게 있다면 상담하는 방법일 것이다.

초기에는 자금 규모에 따라 '어떠한 업종이 유망하고, 입지는 어디가 좋다'는 등의 지극히 이론적인 방법이었지만, 지금은 전혀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 '상담자는 어떠한 성격과 능력을 가진 사람인가? 추천해 준 사업에서 그는 진정으로 삶의 가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돈을 번 이후에도 계속할 만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아이템인가?' 그리고 '가족과 이웃에게 자존심을 지킬 만한 사업인가?' 등에 더욱 관심을 갖고 추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다른 문제보다도 상담자 자신의 얘기를 충분히 듣게 된다.

얼마 전,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35세의 미혼 여성이 예약 시간에 맞춰 찾아왔다. 직장 생활에서 모은 5천만원으로 적당히 할 게 없겠느냐고 해서 "돈만 벌 수 있으면 되겠느냐?"고 했더니 머뭇거리다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사실, 그분은 돈보다는 무언가 '창조적인 아이템'을 찾고 있다는 것을 오랜 경험으로 알 수 있었지만, 관례(?)대로 한번 물어본 것이었는데 예상과 다른 답변이 나온 것이다.

그래서 업종 추천에 앞서 '그 사람'에 대한 얘기를 들어 보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 아래 '자신의 얘기'를 해 보도록 유도했는데 사연인즉 이러했다. 그런대로 잘살았던 어린 시절, 아버지의 방탕한 생활로 집안을 돌보지 않을 뿐 아니라 여고 시절 거의 수석을 하다시피 한 자신을 대학에 보내 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갖지 않았다.

기필코 성공해야겠다는 각오로 통역 학원을 나와 관광 가이드로 8년을 근무했다. 돌이켜보면 결혼 생각도 없이 너무나 열심히 살았다는 기억밖에 없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을 돌아보니 무언가 잘못돼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가치있는 일을 찾고자 해서 찾아왔다는 것이다.

본래의 상담 목적과는 다르게 '인생 상담'을 한 결과였지만, 30대 후반에 들어선 대부분의 사람들 얘기를 대신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위로와 희망을 전하기 위한 여러 얘기를 하는 동안 그분은 연신 울고만 있었다.

사실, 30대는 인생의 기로에 서 있는 계층이다. 돈과 지위만이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는 계층이며 기반을 잡지 못해 좌절하고 번뇌하는 계층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담 사례는 아주 많다.

대기업에 근무하다 어느 날 갑자기 그만둬야 했던 사람, 교사로 있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무작정 뛰쳐나온 사람 등 실로 다양하다. 사람들은 그 좋은 직장을 왜 그만 두었느냐고 질책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은 하나같이 '삶의 가치'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어서 '감성 대화'를 하다 보면 금방 울어 버리고 만다.

사례에서 알수 있듯이 만일 현재의 일이 자신의 여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최대한 젊어서 커리어 창업을 하여 늦어도 40대에는 안정화시키라고 권하고 싶다. 인생에서 마지막 용기를 낼 수 있는 시기이기는 30~40대이기 때문이며 지금까지 상담을 통해 얻어진 결론이기도 하다. 사업은 연속된 도전이기 때문에 용기가 필요하다. 그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

이형석

비즈니스유엔 대표컨설턴트

창업멘토링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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