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회 맞이한 ‘PD수첩’, 지난 역사보다 앞으로의 역사가 중요하다 [홍샛별의 별별얘기]

입력 2014-07-14 06:54 수정 2014-07-1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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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1990년 5월 8일 다국적기업의 임금체불 문제를 다룬 ‘피코아줌마 열 받았다’로 첫 방송을 시작한 지 햇수로 24년, 횟수로 1000회를 맞이한 MBC 시사교양프로그램 ‘PD수첩’.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쉬지 않고 묵묵히 ‘PD 저널리즘’이라는 영역을 개척해온 ‘PD수첩’은 정치, 사회, 경제, 종교 등에 대해 성역을 두지 않고 한 자리를 지켜왔다. 때로는 막힌 사회의 큰 물꼬를 트는 선도적인 역할을 자임하기도 하고 곪을 대로 곪아 버린 사회의 환부에 메스를 들이대 도려내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PD수첩’은 1000회 특집 3부작 ‘돈으로 보는 대한민국’을 기획해 지난 1일부터 3주간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조명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3부작의 2회까지 방영된 ‘PD수첩’의 1부 ‘대한민국 중산층, 52세 그 후’와 2부 ‘임대업을 권하는 사회’를 살펴보면 과연 ‘PD수첩’이 앞으로의 10년과 20년을 진지하게 준비하는 것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지금의 ‘PD수첩’에서는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날 서고 날카로웠던 ‘PD수첩’의 비판의식을 찾아볼 수 없다.

‘PD수첩’의 아픔과 영광이 공존했던 지난 역사를 살펴보면 실로 대단했다. 특히 이건희 삼성 회장의 변칙 상속(2000년),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2005년),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문제(2008년), 검찰과 스폰서(2010년),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2010년), ‘4대강살리기’로 포장된 대운하사업 문제(2011년) 등이 그랬다.

YMCA 올해의 좋은 프로그램상과 제1회 앰네스티 언론상, 제7회 송건호언론상, 한국PD연합회의 제108회 이달의 PD상, 한국기자협회의 이달의 기자상 특별상 등을 수상한 건 ‘PD수첩’이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정권에 맞서 조금씩 사회를 변화시켜나간 공로에 대한 인정이다.

(사진=MBC)

그런 ‘PD수첩’이 무려 1000회 특집이라는 거창한 휘호 아래 ‘돈으로 보는 대한민국’이라는 뻔하고 안일한 주제를 선택했다는 점에서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항상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사회를 바라봤던 ‘PD수첩’의 시선이 달라진 걸까. 4년 전, ‘PD수첩’의 20주년을 맞이해 토크 콘서트를 개최, 당시 사회의 거대 권력으로부터 희생당했던 YTN 해직기자와 용산 참사 유가족, '미네르바' 박대성씨 등을 불러내 대한민국 사회의 부조리와 몰락을 언급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무뎌진 칼은 갈아야한다. 자기 자신을 내던지고 몸을 가는 희생이 필요하다. ‘PD수첩’은 ‘PD수첩’을 이 지경으로 만든 MBC를 고발할 시점이다.

지난 4월 6일 MBC는 ‘PD수첩’ 제작진이 낸 징계무효 소송에서 패소했음에도,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2008년 4월 방영)을 제작한 제작진 4명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지난 4월 23일에는 회사에 알리지 않고 외부 언론과 인터뷰했다는 이유로 ‘PD수첩’의 광우병 편을 연출한 조능희 당시 책임CP에게 정직 4개월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최근에는 세월호 참사 관련 다큐를 준비하던 MBC의 한 PD가 교양제작국장으로부터 제작 불가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참사 트라우마를 씻자는 기획안이 투쟁성이 강하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아이템이라는 이유에서다.

10일 MBC 직능단체 7곳은 ‘MBC는 법 위에 군림하는 존재인가?’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는 정영하 전 노조위원장 등 해직자 6명이 해고무효확인 소송(1심) 승소를 바탕으로 낸 ‘근로자 지위 보전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MBC는 법원 결정 이후 침묵으로 일관 중이다.

MBC 직능단체의 성명서에는 ‘PD수첩’이 진정으로 돌아봐야할 사회적 문제와 가치가 담겨있다.

“과거 ‘피디수첩’과 ‘시사매거진 2580’에서 여러 차례 고발한 행태를 공영방송 MBC가 저지르고 있다는 게 한탄스럽다. 스스로 법을 무시하면서 우리 사회의 불법ㆍ탈법을 비판하는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내보낼 수 있는가?”

‘PD수첩’이 지금껏 걸어온 영광의 길을 잇고 싶다면, 앞으로가 중요하다. 참된 가치에 역주행하는 MBC를 외면하지 말고 직시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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