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최경환, 판도라의 상자를 열 것인가

입력 2014-07-1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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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최경환 경제부총리 임명자가 취임 전부터 주택대출 규제의 대폭 완화를 시사하더니 결국 일을 낼 모양이다. 현행 수도권 공동주택 50%, 비수도권 60% 수준인 LTV 비율을 70%까지 완화하겠다고 한다. 그는 이게 어떤 의미인지 알기나 하는 걸까.

LTV는 집값 대비 주택담보대출액의 비율을 나타내는데, LTV 50%라는 말은 집값 5억원이면 주택대출액이 50%인 2억 5천 만원이라는 뜻이다. 일부에서는 “LTV 비율 평균이 아직 50% 수준이니 괜찮다”고 하는데, 황당한 말이다. 모든 위기는 평균보다 위험한 극단이 도화선이 돼 폭발한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가 5% 정도에 불과한 서브프라임론 대출이 부실화되면서 일파만파로 번져나갔던 것을 생각해보라. 우리 연구소가 추정해본 결과 집값이 10%, 20% 떨어져도 LTV 비율 평균은 크게 오르지 않지만, LTV 비율 60% 이상의 고부채 가구 비율은 급증하게 돼 있다.

더구나 실제로는 현행 LTV기준을 넘어서는 대출도 적지 않다. 사실 실거래가 대신 매도호가인 국민은행 시세를 적용해 대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거래가는 5억원인데, 호가를 6억원으로 잡아 LTV비율을 산정하고 있는 꼴이다. 그런데도 필자가 기획재정부 관료들이나 금융감독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해보니 이런 실태 자체도 잘 모르고 있었다. 어디가 어떻게 위험한지도 정책당국이나 관련 기관이 잘 모르고 있는 것이다.

DTI규제 또한 마찬가지다. 지금도 서울 지역의 DTI 비율은 40%이고, 서울 이외 수도권 지역은 50%다. 연간 소득의 40~50%를 대출 원리금으로 부담한다고 생각해보라. 연봉 5000만원 인 사람이 2000만원~2500만원을 원리금으로 갚으면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까 지금도 도저히 정상적 대출 대상이 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약탈적 대출(predatory lending)’을 정부가 독려하고 있는 꼴이다. 이마저도 더 완화해줘야 한다는 것인가.

더구나 DTI규제는 지금까지도 보완대책이니 예외조항이니 하는 명목으로 지금까지도 계속 완화됐다. 예를 들어, 이명박정부는 20~30대 젊은 세대주에게는 알 수도 없는 미래소득을 바탕으로 DTI 비율을 적용하도록 완화했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해서는 사실상 DTI규제를 없애버렸다.

지금이라도 이 같은 규제 완화책을 철회하고 오히려 주택대출 규제를 점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가계들이 나중에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더 큰 화를 피할 수 있다. 또한 LTV의 적용 기준을 실거래가로 변경해 점진적으로 비율을 낮춰야 한다. 그렇게 해서 이 수준을 초과하는 대출은 가계에 일정한 시한을 주고 갚아나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지금 부동산업계와 건설업계, 그리고 이들을 대변하는 기득권언론들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부동산 규제를 풀라고 아우성이다. 이는 심각한 착각이다. 지금 부동산시장이 백약이 무효인 이유는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집을 사줄 수요가 고갈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소득 대비 집값은 여전히 매우 높은데 빚을 내서 집을 살 사람도 거의 다 사버렸기 때문이다. 도저히 빚을 내서 집을 살 수 없는 사람들에게 억지로 ‘빚 내서 집 사라’고 한 결과 이미 가계부채는 1025조원을 돌파했다. 현재 가계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170%로 이미 OECD 평균 수준인 134%를 훌쩍 넘어섰다. 이 추세로 계속 가면 박근혜정부 말기에는 이 비율이 185%로 세계 최고 수준이 된다. 박근혜대통령은 연초에 가계부채 해소 대책을 공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LTV, DTI규제를 추가로 풀겠다는 소신을 가진 사람이 경제부총리로 임명됐다. 가계부채를 해소하기는커녕 자신의 임기 내에만 무탈하면 된다고 계속 가계가 빚을 내서 무리하게 집을 사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 머지않아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정권도 몰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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