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기자의 모터키즈] 고소한 폭스바겐 '소시지'를 아시나요?

입력 2014-07-1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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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폭스바겐은 소시지(Sausage)를 만듭니다. 네 맞습니다. 우리가 먹는 일반 소시지입니다.

다양한 모양의 소시지를 만들어 실제로 판매도 하고 있지요. 폭스바겐 그룹내에는 소시지도 팔고 한때 토마토 케첩도 판매했습니다. 물론 뚜렷하게 폭스바겐 브랜드를 달고서 말이지요.

처음 폭스바겐 소시지를 먹었을 때에는 그저 맛이 궁금해서였습니다. 자동차 회사가 만드는 소시지는 어떨까 궁금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입맛이 까다롭지 않고 딱히 좋아하는 음식도 없습니다. 그저 차려주면 뭐든 꾸역꾸역 잘 먹는 성격입니다. 자동차라면 몰라도 감히(?) 음식을 평가할 처지는 못된다는 의미이지요.

폭스바겐 소시지는 일단 뽀드득한 식감이 좋습니다. 살짝 입에 물면 외피가 톡 터지는 씹는 맛이 가장 먼저 다가옵니다. 다행히 고기 냄새를 많이 걸러내서인지 고소하게 풍기는 향기는 입맛을 충분히 돋궈줍니다. 반면 속살은 꽤 부드러운데…맛은 굉장히 짜고 기름기가 좀 많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맥주가 당기는 그런 맛이었습니다.

요즘은 사라졌지만 한때 소시지를 싹뚝 잘라내면 그 안에 폭스바겐 로고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동그란 단면에 폭스바겐 고유의 동그란 엠블럼 VW가 새겨지기도 했지요. 이 부분은 짭쪼롬한 맛의 치즈입니다.

말이 좋아 소시지라는 것이지 그 옛날 독일 소시지는 고기를 다져 소금간을 맞추고, 외피를 둘러 삶아내는게 영락없는 우리 순대와 비슷하지요.

자! 이쯤이면 "왜 자동차 회사가 소시지를 만들어 팔까?" 싶은 의문도 생깁니다.

폭스바겐은 2차대전 이후 공장 직원들의 점심식사를 위해 소시지를 대량으로 사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소시지 값이 여간 부담스러웠던 것이 아니었어요. 결국 소시지 회사를 인수했습니다. 그리고 입맛에 맞게끔 다양한 소시지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렇듯 우리가 알던 자동차 회사들이 처음부터 자동차를 만들었던 것은 아닙니다.

잘 알려진대로 BMW 앰블럼은 비행기의 프로펠러를 상징합니다. 애당초 비행기 회사였다는 것이지요.

일본 공업기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혼다 역시 초기에는 자동차가 아닌 모터사이클 회사였습니다. 최초의 자동차는 소형차 N360이었지요.

일본 토요타의 시작은 방직기 제작 회사였습니다. 프랑스 푸조는 후추통을 만들었구요. 고성능 수퍼카를 뽑아내는 람보르기니는 원래 농업용 트랙터를 만들던 회사였습니다.

람보르기니는 지난해 니트로 트랙터를 공개했습니다. 마치 SF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모습으로 등장한 농업용 트랙터인데요. 생긴것만 봐서는 농사 지을 때 쓰기보다 바위를 타고 넘는 사륜구동 '록 크롤러' 자동차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는 애당초 농업용 트랙터를 생산하던 회사였습니다. 사진은 람보르기니가 지난해 선보인 트랙터 '니트로'(사진=아우디폭스바겐 미디어그룹)

니트로 디자인은 국산 고유모델 1호 현대차 포니를 디자인했던 쥬지아로사에서 디자인 했습니다. 공식적인 출시 이전부터 예약이 쇄도했는데요. 농사를 지으려는게 아닌, 람보르기니 트랙터를 소장하기 위한 콜렉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렇듯 자동차 회사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독특한 곳들이 많이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현대차 역시 애당초 첫 걸음은 건설회사였습니다. 1967년대 지금은 돌아가신 정세영 회장, 즉 우리의 포니정께서 현대건설 자동차사업부를 꾸렸던게 처음이었습니다. 오늘날 현대기아차의 시작이었지요.

당초 건설회사에서 자동차를 만든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들의 도전은 당시로서 무모해보였습니다.

현대건설의 무모함이 쉽게 와닿지 않으신가요? 그럼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국내 도급 순위 5위권 건설사 GS건설이 자동차를 개발해 팔고, CJ엔터테인먼트가 어느날 철강회사를 세운다고 생각해보면 됩니다.

그렇게 현대건설 자동차사업부는 우여곡절 끝에 포드 20M 조립생산을 거쳐 고유모델까지 생산케 됩니다.

예컨데 이렇듯 독특한 회사의 역사를 거슬러보는 것도 의미를 지닙니다. 오늘날 이들이 추구하는 다양한 경영 전략을 가늠해 볼 수도 있지요.

현대차의 경우 초기 일본 토요타를 추구했습니다. 그러나 토요타는 자존심이 센 회사입니다. 하찮은(?) 현대차 따위와 엮인다는건 죄악이나 다름없었지요.

결국 현대차는 일본 자동차 산업의 변두리에 존재하던 미쓰비시와 손잡게 됩니다. 고유모델 1호 역시 엔진과 미션은 미쓰비시의 기술을 가져와 생산했었지요. 사실 고유모델임을 강조하지만 포니의 밑그림은 미쓰비시 소형차 '미라주'와 큰 궤를 함께 합니다.

이후 현대차는 미쓰비시 델리카와 파제로를 모방해 그레이스와 갤로퍼로 둔갑시키기도 했지요. 쏘나타 시리즈부터 시리우스 엔진 기술을 들여왔습니다. 1기통당 3밸브(흡기2+배기1)를 갖춘 4기통 12밸브 알파 엔진(스쿠프)은 최초의 고유기술 엔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디어는 미쓰비시에서 배웠습니다.

고급차 만들기에는 미쓰비시 손을 잡기도 했습니다. 미쓰비시 데보네어를 들여와 1세대 그랜저를 만들었고, 2세대 뉴 그랜저, 3세대 그랜저XG까지 기술력을 공유했습니다. 현대차는 그랜저XG, 미쓰비시는 똑같은 모양의 데보네어를 생산한 것이지요.

결국 1990년대들어서 서서히 미쓰비시의 기술력을 추월하기 시작했고 그랜저XG부터 오히려 우리 기술력에 미쓰비시가 감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부터 미쓰비시와는 관계를 정리합니다. 더 이상 배울게 없다는 판단이 섰거든요.

이후 2000년대 들어 현대차는 고민에 빠집니다. 기아차를 인수한 이후에 어떤 브랜드를 추종할까를 고민했던 것인데요. 일본 토요타처럼 렉서스 브랜드를 만들어 미국에 진출해볼까 싶은 욕심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고민하던 끝에 나왔던 차가 1세대 에쿠스입니다.

아무리 고급차를 만들었지만 현대차 앰블럼을 얹어놓으니 반감이 컸습니다. 그래서 에쿠스라는 고급차 브랜드를 계획했다가 결국 이를 포기하고 그냥 고급차 에쿠스를 선보인 것이지요.

이후로 에쿠스와 제네시스는 고급차를 표방하면서 현대차를 상징하는 H앰블럼을 걷어냅니다. 차별화 전략입니다. 이런 처연한 노력이 아직 빛을 보지는 못하고 있지만 조만간 적잖은 성과를 뽑아내기 기대해 봅니다.

현대차는 미쓰비시와 결별 이후 독일 벤츠와 BMW를 물망에 올렸습니다. 그 무렵 쌍용그룹이 이노베이션을 주창하면서 벤츠 엔진과 기술을 들여왔고 적잖게 성공했던 때였지요.

내부적으로 벤츠냐 BMW냐를 고민하다가 결국은 둘 다 보류가 됐습니다. “우리가 BMW를 추구해봐야 닛산의 고급 브랜드 인피니티 밖에 더 되겠느냐”가 결정적인 이유였습니다.

이후 현대기아차가 추구하는 것은 독일 폭스바겐그룹입니다. 꼼꼼한 감성품질과 소형차 시장에 주력했던 그들의 노하우를 답습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가장 먼저 폭스바겐그룹의 고급차 브랜드 아우디를 담당했던 걸출한 디자이너도 데려왔습니다. 이 분은 이제 기아차 디자이너로 영입됐다가 이제 현대차 디자인까지 아우르는 위치에 올라섰습니다. 네 맞습니다.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담당 사장입니다.

▲현대차는 독일 폭스바겐 그룹의 제품전략을 고스란히 추구하고 있습니다. 터보 직분사 엔진과 듀얼 클러치 역시 두 회사의 공통분모가 됐습니다. 모델 전략도 폭스바겐은 좋은 교과서가 됐습니다. 사진 아래는 시로코와 벨로스터의 모습.

이 무렵부터 현대차는 모든 제품 전략에서 폭스바겐을 참조하기 시작했습니다. 잘 팔리는 차를 모방한다는 것은 좋은 교과서가 되는 셈이지요.

폭스바겐이 직분사 FSI 엔진을 개발할 즈음, 현대차도 부지런히 GDi 엔진을 내놓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폭스바겐이 터보를 더해 TFSI 엔진을 만들다보니 현대차도 잽싸게 직분사 GDi에 터보를 얹어 T-GDi를 내놓습니다.

폭스바겐의 듀얼 클러치 DSG 역시 현대차 DCT의 밑그림이 됐습니다. 글로벌 시장 1위를 공언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폭스바겐 그룹은 현대차에게 더 없이 좋은 추격 상대가 됐습니다.

일부 제품 라인업도 고스란히 폭스바겐을 추구합니다. 독특한 콘셉트의 벨로스터는 폭스바겐 시로코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폭스바겐은 현대차 고급모델의 미국진출 교과서가 됐습니다. 폭스바겐이 대형차 페이톤을 개발해 미국시장에 진출할 때에도 별도의 고급차 브랜드를 쓰지 않았습니다. 그냥 '폭스바겐 페이톤'을 앞세운 것이지요.

▲폭스바겐 최초의 고급차 페이톤은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별도의 고급차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폭스바겐 페이톤이었지요. 현대차 에쿠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당초 계획했던 고급차 브랜드 대신 그냥 현대차 브랜드로 미국에 상륙합니다. 폭스바겐의 전략이었습니다.

현대차 역시 렉서스(토요타) 아큐라(혼다) 인피니티(닛산) 등의 전례를 공부하다 결국 현대차 브랜드 자체로 고급차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현대차 에쿠스로 차를 판매한 것입니다. 폭스바겐 페이톤과 같은 궤를 지닌 셈입니다.

이처럼 현대기아차는 폭스바겐의 제품전략을 고스란히 따라가고 있지만 반대로 경영전략은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습니다.

폭스바겐은 최근 트럭 브랜드 만(MAN), 이탈리아 모터사이클 브랜드 '두가티'를 인수했습니다. 인수합병의 대상 모두가 자동차 또는 모터사이클 회사입니다. 즉 모터가 달린 이동체에 집중하는 셈이지요.

반면 현대차는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습니다. 전장부품과 전기차를 준비하기 위해 현대차전자를 세웠고 제약회사도 인수했습니다. 현대건설 인수에도 성공했고 HMC 투자증권이라는 증권회사도 갖고 있습니다.

자동차에 대해선 철저하게 폭스바겐을 추구하고 있지만, 그룹 경영전략에서 현대차그룹은 전혀 다른 경영전략을 세우고 있는 셈이지요.

이렇듯 경영과 제품전략에서 선두를 추격하는 것은 모든 자동차 회사가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새로운 신성장동력을 찾게되면 이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됩니다. 지금 자동차를 만드는 현대차가 100년 뒤 주력사업으로 비행기를 만들고 기아차는 로봇산업이 주력이될지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자동차 회사의 과거를 따져보면 그들의 미래도 가늠할 수 있는 셈입니다.

독일 폭스바겐의 소시지가 너무 신기해서 독일 직원에게 물었습니다.

“굳이 자동차 회사가 소시지까지 만들 이유가 있나요?”

되돌아온 대답은 선문답이었습니다.

“현대차는 건설사도 하고 증권사도 하고 제약회사도 하잖아요. 우리 소시지가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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