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요구 거듭하는 반올림… 속도 못내는 반도체 피해 보상

입력 2014-07-1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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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반올림, 사과문제 논의만 2시간 반 ‘대화 원점’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16일 오후 2시 백혈병 피해자 보상을 위한 4차 대화를 가졌다. 사진은 황상기씨(가운데)를 비롯한 반올림 측 대화참가자들. (연합뉴스)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가 또 다시 암초를 만났다.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 4차 대화에서도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백혈병 근로자 보상 문제는 장기화될 조짐이다.

16일 오후 2시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약 6시간 동안 진행된 4차 대화는 사과 문제 논의에만 절반가량의 시간을 할애하며 의미있는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삼성전자는 발병자와 가족 등 8명에 대한 선보상을 시작으로 보상에 속도를 내고자 했지만 반올림 측이 삼성 측의 사과를 지속 요구하면서 대화가 정체됐다.

삼성전자 측은 8명에 대한 선보상을 통해 발병자와 가족들이 겪고있는 아픔을 조금이라도 일찍 덜어드리고, 협상에 참여하지 않은 파해자들에 대해서도 보상 적용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반올림 측은 삼성전자가 문제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선보상 대신 산재보상 신청자 전원에 대한 보상을 주장하고 있다.

이날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4차 대화를 마친 뒤 “반올림 측은 (우리의) 사과가 충분하지 않다며 계속 사과를 요구했다”면서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사과 문제로 논의가 지연될 수 있으니 추후 다시 논의하자고 간곡하게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과를 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당장 시급한 보상 문제부터 해결하자고 얘기했지만 성과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반올림 측 간사인 공유정옥씨는 “삼성전자는 뭉뚱그린 사과가 아니라 어떤 점에 대해서 미안하다는 것인지, 반성한다는 것인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날 4차 대화의 결과에 개운치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반올림 측의 요구대로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과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을 전달하는 창구인 커뮤니케이션팀 사장이 거듭 사과했고, 대화까지 재개됐는데도 ‘사과’에만 매몰돼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올림이 이번 대화 테이블에서 이성보다 감정적으로 접근하다보니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 측은 지난 5월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의 공식 사과한 후 이인용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 백 전무가 대화테이블에 직접 나서 거듭 사과했다. 지난 5월 28일, 5개월 만에 재개된 대화에서 이 사장은 “가족분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부분이 있었고 오랜 시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해 가족분들을 직접 만나 다시 사과했다”고 밝혔고, 반올림 측 황상기(고 황유미씨 아버지)씨는 “다른 날보다 교섭에 진전이 있었다. 삼성전자가 피해자 가족의 마음을 어루만져줘 좋았다”고 의미를 평가했었다.

한편, 이날 양측은 2~3명 이상이 참여하는 실무협의체를 가동하는데는 합의했다. 삼성전자는 또 재발방지 관련 독립적·전문적인 제3의 기구를 통해 종합진단을 실시할 것을 제안한 상태다. 다음 대화는 이달 30일로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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