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 민원 '가는말과 오는 말'

입력 2014-07-1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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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에 근무하는 행원 김씨는 최근 본점에서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한 고객으로 부터 접수된 민원에 대해 직접 해결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이다. 해당 고객이 “김 행원에게 모멸감을 느꼈다”며 직접 찾아와 사과 할 것을 요구한다는 것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이날 오전에 있었던 작은 소란 때문이었다. 이 민원인은 김 행원이 근무하는 지점 한켠에 비치된 고객 응대용 사탕 바구니를 탈탈 털어 자신의 가방에 넣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김 행원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용히 다가가 “어머님, 다른 고객분들을 위해 한 개만 가져 가세요”라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그러자 이 민원인은 마음이 상했던지, 손에 움켜지고 있던 사탕을 바닥에 내 팽겨치며 “나를 지금 무시하느냐”고 소리쳤다. 이내 해당 지점은 이 민원인의 고함으로 한 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당황한 김 행원은 사은품을 손에 쥐여주며 사태를 수습하느라 진땀을 뺐다. 다소 화가 풀린 민원인의 모습에 김 행원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이 민원인은 본점에 민원을 넣어 재차 사과를 받고자 했다. 김 행원은 내심 억울했지만 고객을 찾아가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다.

업종 특성상 은행원들은 고객에게 함부로 언성을 높일 수 없다. 특히 젊은 여행원의 마음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한다. 미소를 짓다가도 고객으로 부터 폭언과 고성을 듣고 눈물을 훔치는 사례가 비일비재 하다고 행원들은 애로를 토로한다. 은행 입장에선 감정적이고, 악성 민원을 제기한 고객이더라도 이미지를 고려해 쉬쉬하며 넘어가기 일쑤다.

금융권의 민원 접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금융소비자보호처에 접수된 금융민원은 4만2582건. 업계는 접수된 민원 10건 중 1건은 감정적·억지성 민원으로 분류하고 있다. 각종 금융사고로 신뢰가 붕괴된 금융권에서 일단 민원부터 접수하자는 소비자 심리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고 했던가. 고객과 직원 모두 고운말만 오고갈 수 있는 은행 지점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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