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은 전라북도 진안. 아주 작은 시골마을이다.
시골마을은 늘 그렇듯 젊은 사람들은 도시로 빠져나가고, 그나마 있던 군민들 중 일부는 십수 년 전 댐 수몰로 인해 다른 지역으로 많이 이주해서 지금은 어르신들만 등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키듯 고향을 지키고 계신다.
고향집에 버스를 타고 오가면서 버스 터미널에 가면 늘 마주하는 것이 있다. 낡아서 잘 보이지도 않는 버스시간표와 가죽이 다 뜯겨진 의자들, 배수가 잘 안되는 화장실, 구석구석 버려진 쓰레기 등등. 터미널은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처음으로 마주치는 얼굴인데, 그 첫인상은 낡고, 지저분하고, 무질서했다.
건물주도, 군청에서도 관심이 없는지 한 해, 두 해…. 몇 년이 지나도 터미널은 바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평균 연령 60세가 넘은 어르신들이 이런 불편 사항들을 어디에 토로할 줄도 모르시니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었다.
사시사철 물 좋고 공기 좋은 내 고향의 옥의 티 같은 터미널을 더 이상 그냥 두고 볼 수 없어서 터미널 구석구석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부분들을 사진으로 찍어 군청 홈페이지 글을 남겼다.
“존경하는 군수님, 선거 때만 터미널에 악수하러 오지 마시고 당장에 터미널에 와 보시면 군민들이 어떤 터미널을 이용하고 있는지 실태를 보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연세 많으신 군민과 관광객들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즉시 쾌적한 환경의 터미널로 개선해 주십시오.”
다소 전투적인 내용의 글을 올린 뒤, 한 달 후에 다시 고향에 갈 일이 생겼다.
터미널에 도착하기 전까지 반신반의했지만 터미널은 아주 깨끗하게 변해 있었다. 나의 투고 글 때문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의 작은 관심과 실천이 고향의 얼굴을 바꿀 수 있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