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이 말레이시아항공 MH17여객기가 친 러시아 성향의 우크라이나 분리주의 반군에 격추됐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잇따라 제시하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모두 여객기 피격 직후에는 신중한 자세를 보이다가 19일과 20일 이틀에 걸쳐 강력한 증거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양국 정보당국은 우크라이나 반군이 러시아로부터 부크(Buk-M1) 지대공 미사일을 지원받아 여객기를 떨어뜨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SBU)은 지난 17일 반군이 여객기를 격추하고 러시아 대령에게 보고하는 전화통화 내용을 감청한 것을 공개했으며 이에 미국 정보관리들은 이 감청 파일이 “진짜”라고 결론을 내렸다. 특히 미국 정보당국자들은 자신들도 사건발생 당일인 지난 17일 반군지역에서 지대공 미사일이 발사되는 것을 탐지했다며 우크라이나 정부 주장을 거들었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이 제시한 증거들은 상당한 구체성을 띠고 있다는 평가다.
비탈리 나이다 SBU 국장은 반군 일원 간 이뤄진 전화통화 감청기록은 물론 반군 통제하에 있는 미사일 발사장치 사진 및 동영상도 공개했다. 나이다 국장은 감청기록에서 반군의 미사일 발사시점을 17일 오후 4시20분(현지시간)으로 특정했다.
또 미사일 발사장치는 러시아 요원 3명이 ‘베슬러’(Besler)로 불리는 반군 일원의 안내를 받아가며 운용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나이다 국장은 반군이 여객기 격추 후 증거인멸을 위해 여객기 추락 현장에서 시신들을 다른 곳으로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또 반군이 여객기 블랙박스를 숨겨 다른 이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려 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새무얼 채래프 연구위원은 “미사일 발사주체가 반군이라면 여객기 피격은 훈련도 안 된 미친 사람들에게 매우 위험한 무기를 줘서 발생한 불가피한 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