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서방 주요국 정상은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피격과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연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국제 조사단이 여객기 격추 현장에 당장 접근할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 내 친 러시아 반군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푸틴 대통령에게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자들이 참사 현장과 증거물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푸틴 대통령이 완전하고 공정한 조사를 지지한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면서 “반군의 증거 인멸을 막고 국제 조사단의 제한 없는 접근을 허용하는 직접적인 책임이 러시아에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그렇지 못할 경우, 러시아가 치러야 할 경제적 대가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역시 이날 의회에 출석해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격추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했다.
캐머런 총리는 의회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분리세력에 대한 무기와 훈련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여러 증거들은 (여객기 추락이) 우크라이나 반군의 범행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모스크바가 이런 비극을 키웠다”면서 “(푸틴 대통령은) 끔찍한 비극을 계기로 반군 지원을 중단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유럽과 서방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면서 오는 22일 유럽연합(EU) 외무장관 회의에서 “푸틴 주변의 측근과 재벌들이 (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캐머런 총리와 전화 회의를 통해 러시아에 대한 EU의 접근방식을 재고하기로 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압력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는 이날 담화를 통해 “누구도 이번 참사를 정치적 목적 달성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면서 여객기 추락 이전에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전투가 재개됐다며 참사의 책임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사고 당시 우크라이나 정부군 전투기가 사고기에 3~5㎞까지 접근했다면서 여객기 격추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부크 미사일 시스템을 반군에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여객기 피격 장소인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의 반정부군 지도자가 피격 여객기 블랙박스 2개를 현장의 말레이 조사단에 넘기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