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무, 샘 오취리 분장하겠다고!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4-07-23 15:09 수정 2014-07-2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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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비정상회담' 제작발표회에서 전현무(사진=JTBC)

전현무, 샘 오취리 분장하겠다고![배국남의 직격탄]

“‘외국인 이주 노동자’라는 표현이 학원가에서 일하는 백인보다 동남아계 유색인 먼저 떠오르는 것은 미디어의 인종적 고정관념, 인종주의적 이데올로기 유포의 결과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규찬 교수가 ‘현대사회와 매스커뮤니케이션-미디어 문화와 사회적 약자 또는 소수자’에서 한 말이다. 이 말을 떠올리게 한 방송이 있다. 바로 최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제작발표회에서 MC 전현무의 “첫 방송 시청률 3%가 넘으면 샘 오취리 분장을 하겠다”는 언급이다. 출연자인 아프리카 가나 출신의 샘 오취리의 분장을 하겠다는 것은 흑인 분장을 하겠다는 의미다. 전현무가 웃자고 말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대목이 더 문제다.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흑인 분장’이라는 말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웃자고 한 전현무의 말 한마디에 흑인에 대한 편견 더 나아가 인종차별적 성격이 배어있다고 비판하는 것이 지나친 해석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런데 천만의 말씀이다.

“한국인들은 다른 인종을 존중하지 않는다.”한 흑인 소녀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통해 한국인을 격하게 비난한 적이 있다. 바로 2012년 MBC ‘세바퀴’에서 이경실과 김지선이 만화 ‘둘리’캐릭터 마이콜의 흑인 분장을 하고 트로트곡‘신토불이’를 부른 모습을 보고 한 비판이다.

이뿐만 아니다. KBS‘폭소클럽’의 ‘뭡니까 이게’는 개그맨 정철규가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블랑카로 나와 국내 근로현장과 사회적 문제점을 나열한 뒤 “뭡니까 이게, …나빠요”라고 풍자했다. 정철규의 대사는 유행어가 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지만, 국내 거주 스리랑카인들은 가슴 아파했다. 급기야 스리랑카 대사관은 KBS에 이 코너가 스리랑카 이주노동자들의 취업에 장애가 돼 내용을 바꾸거나 없애달라는 공문을 보내기까지 했다.

요즘 미디어 특히 텔레비전에 의해 반복적으로 재생산되는 흑인, 동남아인, 이주노동자,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미지나 내러티브, 신화는 나쁜 편견을 심화시키고 고정관념을 강화하거나 정당화하고 있다. 우리 미디어는 아프리카, 흑인, 베트남 파키스탄 등 아시아 국가의 이주노동자 등을 표상하는 방식과 관습적인 서사는 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개그 프로그램을 비롯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부터 드라마, 뉴스에 이르기까지 흑인과 동남아 이주 노동자를 희화화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것은 다반사다. 미디어는 이들을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 성격으로 , 우월적인 것보다는 열등한 모습으로, 수평적이고 동등한 입장보다는 동정적 시선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오리엔탈리즘’의 저자 에드워드 사이드는 텔레비전을 비롯한 서구 매스미디어가 드라마를 비롯한 방송 프로그램과 광고 등을 통해 재현하고 확대재생산하는 오리엔탈리즘은 철저히 조작적이라고 규정하면서 오리엔탈리즘의 본질은 서구와 다른 동양이라는 이미지, 사상, 개성과 경험 특히 부정적인 것들을 부각시켜 서구가 정상적이고 세계의 중심이며 동양문화와 동양인은 비정상적이며 변방이라는 이데올로기라고 갈파했다.

서구 미디어가 동양인에 행한 것처럼 어느 사이 우리 미디어는 흑인과 동남아 이주 노동자들에게 편견과 차별을 보편화한 표상을 자주 구사하고 있다. 우리 미디어는 흑인과 동남아인은 비정상이거나 부정적인 것, 동정받아야 할 대상으로 치부하는 이데올로기를 유포시켜 상호존중의 문화형성을 가로막고 편견과 차별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알아야 한다. 우리가 흑인 분장을 한 우스꽝스러운 예능인 모습에 그리고 희화화 한 동남아 이주노동자의 흉내에 웃음 짓고 다문화 가정의 외국인 여성들을 동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때 한편에선 그 모습에 굴욕감을 느끼고 분노하며 아파하는 흑인과 동남아, 외국인이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미디어에서 반복해 재생산하는 흑인과 동남아인들의 모습으로 인해 편견과 차별, 부정적인 인식이 심화한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에게 흑인과 동남아인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조차 생각 못 하는 인식의 마비를 초래한다는 것을.

전현무 등 미디어 종사자들은 명심했으면 한다. 2001년 8월 국가인권위가 ‘살 색’이라는 용어가 피부색으로 사람을 차별한다는 이주노동자와 일부 뜻있는 학생, 사람들의 청원으로 ‘살구 색’으로 변경했다는 사실을. 전현무는 이 사실을 알고도 ‘오취리 분장’을 하겠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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