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지난 16일 한국은행이 금융당국 관계자, 업계 실무진 등을 초청해 개최한 ‘금융보안의 새로운 환경과 과제’ 세미나에서 ‘해외 IT기업의 금융 및 결제사업 진출동향’을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가 이날 바쁜 일정을 뒤로하고 20분에 불과한 강연을 하기 위해 한은에 발걸음을 한 이유는 국내 SNS 선두업체 대표로서 업계가 맞닥뜨린 애로사항을 알리고자 하는 간절함 때문이었다. 실제로 한은 관계자들은 이번 세미나 연사를 섭외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가 직접 강연을 하겠다고 해 깜짝 놀랐다고 한다. 다른 업체에서는 이사, 차장 정도의 관계자가 연사로 참석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 금융업을 포함한 전 분야에서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나섰다. 당국의 보신주의로 양산된 불필요한 규제를 타파하지 않으면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이 조만간 멈춰 버릴 수도 있다는 뒤늦은 위기의식이 그 배경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규제완화의 폭과 속도는 미미하다. IT업체 구글이 자동차를 만들고 인터넷서점인 아마존이 비행기 회사가 되는 등 세계 각국에서 융복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한국은 여전히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면 규제가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도 “중국 정부가 최근 자국의 IT업체인 알리바바와 텐센트에 은행업 라이선스를 부여했다. 만약 한국에서 카카오가 은행업 라이선스를 신청했다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라며 우회적으로 보수적인 국내 금융제도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불합리한 규제들을 한시바삐 개선해야 한다. 과거 판도라TV 등 경쟁력 있던 국내 동영상 업체들이 각종 규제 등으로 결국 미국의 유튜브에 시장을 잠식당했다. 이런 선례가 급성장하고 있는 금융결제시장에서도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