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형근의 거리와 사연들] 강남의 '그늘진 이면' 구룡마을...개발은 언제쯤?

입력 2014-07-28 11:59 수정 2014-07-2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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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말 생겨나기 시작한 구룡마을. 이젠 서울에 몇 남지 않은 판자촌 가운데 하나다.(사진=뉴시스)

'판자촌'. 한때 서울 도심 가득했던 그 이름이 이젠 낯설어졌죠?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개발붐과 함께 사라져갔는대요. 그나마 남은 서울의 판자촌들 역시, 대부분 재개발을 앞두고 있어 수년내로 사라질 예정입니다. 그런데 유독 개발 계획조차 수립되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아니, 있던 재개발 계획도 사실상 무산된 곳이란 표현이 맞겠네요.

바로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구룡마을입니다. 구룡마을은 서울 올림픽 준비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개포동개발계획'에 의해 개포동에서 밀려난 주민들이 구룡산 북사면에 거주하면서 형성된 걸로 알려져 있는데요.

마을이 막 시작된 초기에는 영농 비닐하우스가 생기면서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답니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거치면서 서울 주변부에서 쫓겨난 빈민들의 무허가 집단거주지로 그 성격이 바뀌었다고 하네요.

사람이 살기 힘들어보이는 이곳 판자촌에 여전히 사람이 산다는군요. 현재 약 3만2000여㎡에 1100여세대가 살아가는 어엿한 마을입니다. 하지만 말이 사람사는 동네지, 화장실은 공용 푸세식에 변변한 쓰레기장은 마련조차 안돼 있습니다. 전기배선은 이동네 저동네서 끌어쓰느라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누전도 빈번하구요.

더구나 마을 전체가 합판과 비닐, 스티로폼 등 화재에 취약한 가연성 물질로 구성돼 구룡마을 사람들에게 화재는 끼니 걱정을 넘어서는 생존의 문제입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전열기 사용을 금지하고, 화재감시조가 자율적인 순찰을 강화하고 있지만, 빈번하게 화재가 발생한다는군요.

이쯤에서 다들 궁금증이 하나씩 생길 겁니다. 서울 '부의 중심'인 강남대로와 불과 몇 ㎞ 떨어진 지역에 왠 판자촌이냐고 말이지요. 강남 마천루의 상징 '도곡 타워팰리스'까지 불과 1.3 km밖에 떨어지지 않았는데, 이곳이 개발만 되도 평당 수천만 원은 될테니 말이죠.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사실 이곳도 개발의 손길이 많이 미쳐왔죠. 지난 2011년 서울시가 수용·사용방식(현금보상)의 개발방침을 발표하며 개발논의가 본격화됐습니다. 하지만 서울시가 2012년 사업비 부담을 이유로 환지방식(토지보상)을 일부 도입키로하자 강남구가 반대하고 나서 수년째 사업이 답보상태인 겁니다.

그렇다면 강남구가 주장하는 수용·사용방식과 서울시가 주장하는 환지방식이 뭔지 짚고 넘어가야겠죠?

수용·사용방식이란 대규모 재개발사업이 있을 시에 개발의 주체가 그 지역의 소유권을 모두 구매해 개발하는 것을 말하는 거죠. 이렇게 되면 구매 단계에서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게 되지만, 재개발이 끝난 후의 개발이익이 개발주체에게 모두 귀속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만일 구룡마을 개발을 이 방식으로 할 경우 약 6300억 원 정도가 들어간다는군요.

환지방식이란 재개발지역의 소유권이 원주민에게 있는 상태에서 개발만 진행하는 걸 말합니다. 이렇게되면 수용방식이라면 들어가야했던 토지매입비용이 0원이 되기 때문에 초기자금을 아낄 수 있죠. 하지만 정부돈을 들여 특정인들의 재산가치를 높여주는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하죠. 개발 비용은 주체가 감당하지만, 수혜는 원주민이 누리게 되기 때문이죠.

▲수용방식의 개발을 원하는 주민들은 서울시의 환지개발 방식에 반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결국, 개발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 개발 이후 소유권의 문제는 누가 가지느냐가 구룡마을 개발 문제의 핵심입니다. 갈 곳 없고, 개발비용을 내지 못할 주민들은 강남구의 목소리에 더 호응한다는데, 서울시가 완강하게 환지방식을 고집하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라는군요.

사실 돈이란 것도 참 중요하지만, 생존의 문제가 걸린 만큼 하루빨리 양측의 해결방식이 통해야할텐데 말이죠. 이러다가 구룡마을이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판자촌 동네로 꼽히던 신림과 난곡은 개발된 지 오래고 강북지역의 미아리와 인근 동네들도 다들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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