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없는 뮤지컬 존재할 수 있나 [이꽃들의 36.5℃]

입력 2014-08-04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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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사진=뉴시스)

“오늘 공연은 취소됐습니다. 환불해주겠습니다.” 7월 29일 오후 7시 58분, 서울 국립국장 해오름극장.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공연 2분전, 하지만 막은 오르지 않았다. 대신 제작사 비오엠코리아 최용석 대표가 공연 취소를 알리는 황당한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극장 안에 있던 관객은 황당 그 자체였다. 그 이유조차 모른 채 극장에서 관객은 쫓겨 나왔다. 출연 배우에게 출연료를 지급하지 못해 배우와 스태프가 공연을 거부해 이날의 극단적인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하지만 곪을 대로 곪은 뮤지컬의 온갖 병폐가 터진 사례의 하나일 뿐이라는 냉소가 뮤지컬 종사자와 전문가 입에서 터져 나왔다. 지난 10여년 동안 뮤지컬은 1000억원 시장에서 3000억원 시장으로 외형의 고속성장을 해왔다. 하지만 그 놀라운 성장은 고액의 비용이 지불되는 해외 유명 작품의 라이선스 뮤지컬에 높은 의존, 시장규모를 고려하지 않는 뮤지컬의 ‘묻지마’ 제작, 캐스팅이 몰리는 특정 스타의 천문학적 몸값 상승, 비싼 티켓 가격으로 인한 관객의 정체현상 등의 병폐 속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뮤지컬의 성장은 사상누각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나마 뮤지컬이 오늘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오롯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고액의 티켓을 구입하며 뮤지컬에 애정을 보인 관객 덕분이었다.

어떠한 이유로도, 어떠한 병폐 탓을 해도 관객과의 약속된 공연은 막이 올려 져야 함에도 관객을 헌신짝 버리듯 버렸다. 관객 없는 뮤지컬은 존재할 수 없다. 관객 없이는 뮤지컬 제작사도, 배우도 설자리가 없다. 공연취소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관객을 배신하고 모독한 ‘두도시 이야기’는 그래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생존의 위기에 놓은 뮤지컬을 살릴 수 있는 것도 배우나 제작사가 아닌 관객이다. 그런 관객을 떠받들지는 못할 망정 내동댕이쳤다. 관객 앞에 제작사도 관객 앞에 백배사죄하고 위기를 초래한 뮤지컬 업계의 병폐를 하나둘씩 고쳐 나가야한다.

지금 한국 뮤지컬은 관객에게 최악의 선례를 남긴 ‘두 도시 이야기’의 찰스 디킨스의 원작 소설에 나온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이자 의심의 세기였으며,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면서 곧 절망의 겨울이었다’라는 구절과 유사하다. 최고의 시절, 빛의 계절 그리고 희망의 봄이기 위해서 한국 뮤지컬계는 환골탈태해야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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