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연봉 1억2000만원에서 2억원 사이어 고액연봉자는 퇴직금에 대해 60만원의 소득세를 더 내야 한다. 퇴직소득세를 일률적으로 40% 깎아주던 데서 고액연봉자의 퇴직소득에 대한 실효세율은 높인데 따른 것이다. 반면 나머지 98% 임금근로자들은 지금보다 퇴직소득세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퇴직금을 일시불이 아닌 연금으로 지급받을 경우 세금 부담이 30% 낮아진다. 또 사적연금 가입 활성화 차원에서 연금저축과 퇴직연금 추가 납입액을 합한 세액공제 대상 금액이 연 400만원에서 700만원까지 확대된다.
◇퇴직금 많을수록 실효세율↑…연봉 1억2000만원 초과부터 세부담 증가 = 정부는 6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갖고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2014년 세법개정안’을 확정, 발표했다. 지금까지 정부는 퇴직소득의 40%를 과세 표준에서 일괄적으로 공제해준 뒤 나머지에 대해 소득세 등을 부과했다. 때문에 저소득자의 경우 퇴직소득공제율이 근로소득공제율(90%)의 그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는 반면, 고액 연봉자는 퇴직소득에 대해 과도하게 세제 혜택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예컨대 총 급여 5000만원 임금근로자의 근로소득 실효세율은 2.5%로 퇴직소득 실효세율(2.7%)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3억원 이상의 고액연봉자의 경우 근로소득 실효세율(22.6%)이 퇴직소득 실효세율(4.4%)보다 크게 낮다. 현재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퇴직소득을 근로소득과 동일한 방식으로 과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후불 임금인 퇴직소득에 대한 과세를 근로소득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내년부터 퇴직소득세를 급여수준별로 100%~15%로 차등공제하기로 했다. 퇴직금이 많을 수록 실효세율을 높여 근로소득세와 같이 고소득층에는 더 많은 세금을 물리고 서민·중산층의 세금 부담은 줄이는 방식인 것이다. 퇴직소득세에 대한 누진과세 기준은 종전 연봉 5000만원 수준에서 1억2000만원으로 바뀌게 된다. 기획재정부는 2년 전 세제개편 당시 연봉 5000만원 이하인 퇴직자의 퇴직소득은 실효세율 3%를 유지하고, 연봉 5000만원이 넘는 퇴직자는 점진적으로 누진과세하기로 했다.
시뮬레이션을 해 보면 근속연수 20년을 기준으로 법적 퇴직금을 수령할 경우 연봉 3억5000만원(퇴직금 5833만원) 근로자의 퇴직소득 세부담은 138만원에서 18만원으로 200만원 줄어든다. 이때 실효세율은 2.4%로 0.3%로 하락해 근로소득 실효세율(1.4%)보다 1.1%포인트 수준으로 낮아지게 된다. 같은 방식으로 연봉 7000만원(퇴직금 1억1700만원)은 세부담이 362만원에서 108만원으로 낮아져 254만원 덜 내도 된다. 역시 실효세율은 3.1%→0.9%로 하락해 근로실효세율(5.0%)를 훨씬 밑돌게 된다.
반면 연봉 1억2000만원(퇴직금 2억원) 근로자의 경우 세부담(실효세율)은 729만원(3.6%)에서 680만원(3.4%)으로 소폭 줄어들게 된다. 2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세부담이 1322만원에서 2706만으로 늘어 1384만원이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실효세율도 기존 4.0%에서 9.1%로 두 배 이상 늘어나 근로실효세율(18.5%)와의 간극을 좁힐 수 있게 된다.
◇퇴직금, 연금으로 나눠받으면 30% 세혜택…자영업 노란우산공제도 저율과세 = 정부는 이와 함께 퇴직금을 일시불이 아닌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세금을 30% 깎아주기로 했다. 하지만 내년 개정안이 시행되면 10년 근속기준 퇴직연금에서 일시금으로 1억원을 받을 경우 355만원의 세금을 내야하지만 매년 1000만원씩 10년간 나눠 낸다면 연간 24만9000원의 연금소득세(총 연금소득세 249만원)만 납부하면 된다. 사실상 기존에는 퇴직자 대부분이 퇴직소득의 실효세율(3% 미만)이 연금에 대한 세부담(3%)보다 커 연금의 일시 수령을 꺼려왔다.
정부는 이같은 퇴직소득의 연금화 유도와 과세체계 개편을 통해 퇴직자의 98%의 퇴직소득세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또 이를 통해 3300억원의 세수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문창용 기재부 조세정책기획관은 “연봉 1억 2000만원을 초과하는 고액연봉자에 대해서는 세 부담이 늘어나게 되는데, 전체 퇴직자가 연간 281만명임을 감안할 때 그 중 1.9%인 5만3000명 가량이 지금보다 세금을 더 내게 된다”고 설명했다. 문 기획관은 “다만 고액 연봉자들이 모두 퇴직금을 연금으로 수령한다면 4만5000명이 세부담이 늘어나게 된다”며 “이 경우 연봉 1억2000만원에서 2억원까지 근로자들은 1인당 60만원의 퇴직소득세를 추가로 납부해야 하며 2억원 이상은 소득수준에 따라 60만원 이상을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부는 사적연금 가입률을 높이기 위해 연금저축과 퇴직연금 추가 납입액을 합한 세액공제 대상 퇴직연금 납입한도를 300만원 별도 신설해 연 400만원에서 700만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기존 48만원까지에서 36만원까지 더 추가로 퇴직연금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는 연금저축과 퇴직연금에 납입한 금액을 통합해 400만원까지 납입액의 12%를 세액공제해주고 있다.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의 폐업 또는 노후 대비용 자금마련을 위한 노란우산공제제도도 퇴직연금체계로 전환된다. 불입원금과 운용수익을 퇴직소득으로 저율과세해 소규모 자영업자의 세금 부담을 낮춰주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