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삼성-애플, 법정을 나와 10년 뒤 고민할 때다

입력 2014-08-0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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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장. 한 초로(初老)의 주주가 일어나 단상에 선 최지성 부회장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이 애플에 왜 뒤집니까. 잡스가 연일 폄하하고 있는데 왜 참고 있습니까. 맞서 일침을 가해 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최 부회장이 “애플은 지난해 삼성의 제1의 거래선으로 공개 대응하는 것은 주주이익에도 부합되지 않는 만큼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답했지만, 주주들의 술렁임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 주주는 “삼성전자가 1~2년 후면 애플을 넘어설 수 있다는 최고경영자(CEO)의 답변을 듣고 싶다”고 재차 답변을 요구했다.

당시 애플 CEO였던 스티브 잡스는 ‘갤럭시탭’을 겨냥해 “7인치 태블릿은 “도착 즉시 사망할 것(DOA; Dead On Arrival)”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데 이어, ‘아이패드2’ 출시 행사에서도 “삼성전자와 안드로이드 진영은 ‘카피캣(Copycat; 모방자)’에 불과하다”고 폄하하는 등, 연일 날 선 공격을 가했다.

반면 삼성전자에게 애플은 경쟁자이자 주요 부품 고객사였다. 속은 끓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주주총회 한 달여 뒤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본격적인 특허침해 소송을 시작하자 삼성도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고, 결국 3년이 넘도록 전 세계를 무대로 한 특허 공방전이 이어지게 됐다.

그 사이 변화는 많았다. 주주의 바람대로 삼성은 2년여 뒤인 2013년 3분기 애플을 앞지르며 스마트폰 판매 1위 업체로 등극했다. ‘안드로이드 진영을 괴멸시키기 위해서는 핵전쟁도 불사하겠다’고 전기를 통해 말했던 잡스는 세상을 떠났다. 한때 결코 넘을 수 없는 산이었던 노키아는 스마트폰 생태계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며 마이크로소프트(MS)에 휴대폰 부문을 넘겼다.

스마트폰 시대를 관통했던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전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달 6일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 외 특허소송을 모두 취하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길고 길었던 양측의 특허전도 끝을 향해 달려가는 모양새다.

양사의 전격 합의는 천문학적인 소송 비용만 들었을 뿐 특허 분쟁 확대의 실익이 없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또 양사가 집요한 소송전에 몰두하던 사이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최대 경쟁자로 급부상, ‘삼성-애플’ 양강 구도가 위태로워지면서 어쩔 수 없이 내린 결론이기도 하다. 앞서 애플은 구글과의 스마트폰 특허소송 20건도 지난 5월 취하하는 등, 경쟁자들을 겨눴던 칼날을 거둬들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삼성전자에 9억3000만 달러 배상금 지불을 명령한 1차 소송에 대한 삼성 측 항소와 애플이 추가로 제소한 2차 소송이 남아있지만, 현 추세라면 추가적인 확전의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컨수머 시장은 10년 주기로 변화의 바람이 분다는 게 통설이다. 현재가 스마트폰이라면, 다음 10년에는 새로운 아이템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벌써부터 ‘플렉서블’, ‘웨어러블’, ‘헬스케어’가 차세대 산업의 흐름을 좌우할 키워드로 거론되고 있다. 이제 삼성이나 애플 모두 다음 10년을 좌우할 먹거리가 무엇일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준비할 때다.

삼성은 가전에서 반도체로 한 차례 도약한 후, 휴대폰에 이어 스마트폰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하며 독보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애플 역시 ‘왜 컴퓨팅 회사가 음향기기를 만드냐’는 반대를 딛고 출시한 MP3플레이어 ‘아이팟’이 나락에 빠진 애플을 살리는 구원투수가 됐다. 또 이를 바탕으로 개발한 스마트폰인 ‘아이폰’은 일상 생활과 IT의 기술을 묶는 차별된 감성으로 애플을 글로벌 브랜드 가치 1위 업체로 부상시켰다.

한 번이라도 시장과 기술의 흐름을 잘못 읽으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 현대 산업의 흐름이다. 이제 법정을 나올 때가 됐다. 삼성과 애플 모두 스마트폰 이후 시대를 위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본업에 집중해야 한다. 대승적 판단과 결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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