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이 최단 기간 1000만 관객 달성에 이름을 올리면서 역대 12번째 1000만 관객 영화이자 한국영화로서는 10번째 대기록을 세웠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100만, 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영화에 최고의 흥행작이라고 박수를 치던 때가 있었다. 연간 관람객 2억명이라는 거대한 영화시장을 가진 한국에서 이제 1000만을 돌파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며, 당해 흥행작의 기준이 되고 있다.
영화 ‘쉬리’(1999)로 시작된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는 ‘실미도’의 흥행으로 2003년 처음으로 1000만 관객 돌파라는 신화를 탄생시켰고, 현재까지 한국영화의 성장은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1000만 영화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충족되어야 할까? CJ CGV는 몇 가지 가설 증명과 과거 데이터 분석 통해 1000만 영화의 공통점을 찾아보았다.
▲주연배우는 40대 이상 아저씨여야 한다.
영화 흥행의 기본은 주연배우, 감독의 연출력, 시나리오라는 점은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특히 1000만 영화에 이름을 올린 주연배우를 살펴보면 배우의 파워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인기 배우가 아닌 연기파 배우여야 한다는 점이다. 송강호, 김윤석, 류승룡, 이병헌, 설경구 등 인기뿐만 아니라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이 1000만 영화에 이름을 올렸으며, 젊고 인기 있는 배우는 티켓파워가 있지만 단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1000만 영화에 두 번 이상 이름을 올린 배우는 송강호(괴물, 변호인), 류승룡(7번방, 광해, 명량) 설경구(해운대, 실미도)로 40대 이상의 남자 주연배우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는 모든 연령대를 아우를 수 있는 연기파 배우여야 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명량’을 이끌어 가는 조선의 대표 최민식과 일본의 대표 류승룡이 모두 40대 이상의 아저씨다.
류승룡을 제외하고 1000만 영화에 세 번이나 이름을 올린 배우는 ‘도둑들’, ‘7번방의 선물’과 ‘변호인’에서 감초연기로 웃음을 주었던 배우 오달수이다. 그는 ‘변호인’으로 최다 1000만 영화 출연 배우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되었다.
▲방학, 성수기에 개봉하라
7~8월, 12~1월 방학 시즌은 성수기, 관람객 수가 연간 가장 높은 기간이며, 최대한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방학 성수기 개봉은 중요하다.
실제 상기 표와 같이 ‘광해, 왕이 된 남자’(9월 추석)를 제외한 모든 1000만 영화가 방학 시즌에 개봉되었다. ‘명량’은 방학인 동시에 관람료가 5000원인 컬처데이(매월 마지막 수요일)에 개봉했으며, 3주차에 8월 15일 연휴 등 관람객 모객의 호재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3주차가 되기도 전에 1000만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5일마다 100만의 문턱을 넘어라.
기대작이 개봉하면 ‘2일 만에 100만 돌파’, 또는 ‘단 몇 일만에 기존 흥행작 OOO영화보다 빠른 관객몰이’ 등의 기사가 영화의 기대감을 높이곤 한다.
그렇다면 며칠 안에 어느 정도의 관객을 동원해야 할까. 1000만 전후의 영화를 아래와 같이 100만 단위로 도달일수를 보면 800만까지 늦어도 5일 안에 100만 명씩 달성해야 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초반 관객몰이나 꾸준한 흥행뿐만 아니라 800만에서 900만을 넘어가는 후반부에도 1000만을 달성한 영화는 6일을 넘지 않는데 ‘관상’은 이 시점에서 탄력을 받지 못하고 기간이 길어지면서 결국 천만 고지를 넘지 못하고 말았다.
‘명량’은 100만의 문턱을 1~2일마다 넘어 여느 1000만 영화 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모든 연령층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첫 번째 조건에서 언급되었듯이 모든 연령대를 아우를 수 있는 배우가 출연할 때 영화의 모객력은 높아지며, 특정 연령층만 관람해서는 1000만 영화를 넘기가 어렵다.
1000만 영화의 연령대 비중을 보면, 개봉 후 4주간 10대 비중은 4.3%이상, 40~44세 비중은 14.9% 이상으로 타 영화 대비 높다. 이는 20, 30대의 주 관람객 층 뿐 아니라 10대와 40~44세가 두루 관람할 수 있는 콘텐츠가 1000만 영화에 가까워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19금 영화와 같이 10대 관람객을 끌어들일 수 없거나, 영화 소재가 너무 20, 30대 관객 취향에 편중되어 중장년층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면 1000만이라는 숫자를 끌어들이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40대 부모님이 10대 자녀를 데리고 볼만한 영화라면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명량’은 1000만 영화 최초로 40대 관객 수가 20대 관객을 넘어섰다. 게다가 영화를 관람한 10대의 50%가 부모님과 같이 관람해, 1040과 2050이 함께 즐길 수 있었다.
▲극장에서 멀어진 고객도 극장을 다시 찾아야 한다
그간의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1000만 영화 개봉 후 4주간 신규 및 휴면고객의 방문 비중은 11.5%이상이다. 1000만이 되기 위해서는 극장에서 멀어졌던 고객의 방문이 필수적인 것이다.
‘명량’은 개봉 첫 주에 신규 및 휴면고객의 방문비중이 11%를 이미 넘어섰다. 이 추세라면 개봉 후 4주차에는 13%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극장에서 멀어졌던 고객이 대세 ‘명량’을 보기 위해 극장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는 셈이다.
▲독야청청, 1000만 영화는 혼자 독주하지 않는다
언뜻 생각하기에 1000만 영화는 전 국민의 5명 중 1명이 봐야 하는 만큼 영화관을 독식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경쟁작들이 저조한 양상을 보일 때 1000만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변호인’을 포함한 과거 1000만 영화를 살펴보면 500만 전후의 규모 있는 영화 1~2개가 1000만 영화와 함께 시장을 이끌어 나간다.
‘명량’의 옆에는 ‘군도’, ‘해적’, ‘드래곤 길들이기2’ 등 다양한 장르의 러닝메이트가 있고, 곧 ‘해무’도 합류할 예정이다.
▲개봉 3주차 뒷심이 있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개봉 후 후반부로 갈수록 오히려 관객수는 중요해지는데 이와 같은 맥락으로 객석률도 함께 일정 선 이상 채워져야 달성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1, 2주차에 초반 기대감으로 관객몰이를 하다가 3주차에 접어들면 보통 소강상태를 보이는데, ‘광해’의 경우 개봉 초에는 다른 1000만 영화와 비교해 볼 때 가장 저조한 객석 비율을 보였지만 3주차에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는 입소문뿐만 아니라 3주차에 추석연휴가 있었기 때문인데 ‘7번방의 선물’도 유사하게 3주차에 설 연휴가 있어 초반 1, 2주차 보다 오히려 3주차에 높은 객석 비율을 보인다.
반대로 ‘관상’은 ‘광해’와 마찬가지로 추석연휴를 끼고 개봉했으나 2주차에 연휴가 들어가면서 3주차에 객석률이 급감하는 현상을 보였으며, 결국 900만에 만족해야 했다.
▲보고 또 보고, 재관람 비율이 높아야 한다
1000만 영화의 또 다른 공통점은 종영시의 재관람율이 5%가 넘는다는 것이다.
8월 7일 기준으로 ‘명량’의 재관람율은 3.7%로 한국영화(동기간)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개봉 10일 만에 이 정도의 재관람율은 경이적인 수치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