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 매파냐 비둘기파냐 기로에 서다

입력 2014-08-1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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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금통위, 1년3개월 만에 기준금리 내릴듯

한국은행이 오는 14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2.25%로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기준금리는 지난해 5월 0.25%포인트 내린 이후 1년 3개월 만에 조정되는 것이다. 하지만 금리인하의 제한적 효과,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률 전망치, 가계빚 우려 등으로 동결 가능성도 무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월 취임한 이후 뚜렷한 색깔을 드러낼 기회가 없었던 이 총재가 이달 금통위를 계기로 ‘매파’(인플레이션 방어 중시)인지 ‘비둘기파’(성장안정 중시)인지 성향을 분명히 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경제 및 금융권에 따르면 대다수 전문가들은 올 8월에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시장은 이달 금리인하를 기정사실화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8일 연 2.50%로 기준금리와 같은 수준에 이르렀다.

금리인하 전망의 배경은 우선 지난 4월 세월호 사고 이후 소비심리 침체가 예상보다 커진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41조원+α’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최경환 경제팀과 한은이 정책공조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또 이 총재는 지난달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회동을 갖고 경제인식을 공유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인하가 이번 한차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몇 차례 더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금리동결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달에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다면 이상해질 정도로 금리인하 여론이 무르익었지만 ‘깜짝’ 동결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 첫째 이유로 금리인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리인하에 찬성하는 전문가들조차도 금리인하가 경기부양보다는 심리적 효과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3.8%로 잠재성장률(물가 상승 등의 부작용을 유발하지 않고 도달할 수 있는 성장 최고치) 수준인 것도 금리인하 명분을 약화시키고 있다.

아울러 한국경제의 뇌관인 가계빚이 1000조원을 넘는 상황에서 금리인하는 실질적 효과 없이 빚만 더 늘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정부는 최근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부동산 정책을 완화했다. 정부의 이번 부동산 정책이 금리인하와 맞물리게 되면 가계빚 증가속도는 더 가파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달 금통위 결정을 통해 이 총재가 매파인지 비둘기파인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그의 4년 임기동안의 통화정책 향배를 점쳐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금통위원 7명은 각각 한표를 행사하지만 의장인 총재의 의견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달 금리가 동결된다면 이 총재는 전임 김성태 전 한은 총재 못지않은 매파로 분류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리인하에 나선다면 비둘기파로 여겨질 전망이다.

이밖에 금리인하의 폭을 0.25%포인트보다 적은 수준에서 내리거나 혹은 요구불예금에 대한 지급준비율을 하향 조정하는 등의 제 3의 길을 모색한다면 이 총재는 온건 매파로 불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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