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는 분명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필수적인 수단 중 하나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어도 정책 수요자들이 알지 못하면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매년 각 부처들을 대상으로 정책 홍보 우수 기관을 평가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하지만 최근 벤처ㆍ중소기업 정책 홍보 흐름을 보면, 내용 알리기보다 정책의 성과를 포장하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특히 벤처기업 육성책에 대해선 낯 뜨거울 정도로 ‘자화자찬’을 하는 모습이어서 누굴 위한 홍보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지난 5월 중소기업청은 ‘벤처창업 선순환대책 1년 성과’에 대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신규 조성된 벤처펀드는 90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1% 증가했고, 지난해 벤처투자도 2001년 이후 최대치인 1조3845억원을 기록했다. 중기청은 이같은 수치 상의 성장세를 1년 전부터 추진했던 ‘벤처창업 선순환대책’의 성과가 가시화된 것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실제 벤처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분위기는 좋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벌써 벤처창업 성과를 운운하기는 너무 이르고, 분위기도 형성되지 않았다는 게 벤처업계의 일관된 목소리였다. 한 벤처기업 관계자는 “정책 성과 홍보를 언급하기 이전에 벤처기업들을 옥죄는 여러 규제부터 완화시키는 게 옳지 않느냐”면서 불만을 토해내기도 했다.
지난달 말에는 벤처 1000억기업들이 크게 증가했다며 중기청장까지 나서 홍보에 열을 올렸다. 454개 벤처기업들이 연간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는 등 벤처 1000억원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내용이 골자인데, 정책 성과로 포장하기엔 기준이 애매했다. 이미 대기업 규모로 성장해 매출 1조원을 기록하고 있는 네이버, 코웨이 등은 물론, 역사가 이미 30~50년이나 된 기업도 포함돼서다. 이미 장성할 대로 장성한 기업들까지 포함시켜 벤처정책 성과로 연결짓는 건 무리가 있지 않을까.
정책 성과에 대한 평가는 정책을 만드는 정부가 하는 게 아니라 업계가 하는 게 맞다. 벤처업계에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얘기하고 있는 와중에 정부가 나서서 자화자찬식 정책 홍보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벤처 정책을 추진한다면, 자연스럽게 업계가 정책을 칭찬하게 될 날도 오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