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 2014’ 리치 샘보라, 짧았던 명품무대의 저력 [이꽃들의 무대읽기]

입력 2014-08-12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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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 2014' 리치 샘보라(사진=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 2014)

구태여 힘을 싣지 않아도 명장은 빛을 발했다. 몰아치는 기세가 대단한 폭풍우였지만, 2014년 8월 록을 향한 젊은이들의 열정을 사그러뜨릴 순 없었다. 지난 9일과 10일 양 이틀 간 개최된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를 관람한 관객들은 월드컵경기장 역사 내부터 곳곳에 돗자리를 깔고 진을 쳤다. 10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된 비바람은 점차 물줄기가 거세지더니 오후 6시 예정된 리치 샘보라의 무대를 지연시켰다.

약속한 시간보다 한 시간 반이 흐른 뒤, 어둑함이 자리 잡던 석의 경기장엔 일순간 조명이 밝혀졌다. 어깨 위로 리듬을 맞추는 큰 몸짓의 박수와 함께 점차 콘솔 앞 스탠딩석으로 관객들이 빠르게 모여들기 시작했다.

‘레이 유어 핸즈(Lay your Hands)’를 반복하는 그의 무대에 산만했던 분위기는 하나로 모아졌다. 민소매 가죽 재킷에 징 박힌 카우보이 가죽모자를 쓴 그는 바로 전설적 그룹 본조비(Bon Jovi)의 기타리스트 리치 샘보라(Richie Sambora).

연이어 본 조비의 대히트곡 ‘잇츠 마이 라이프(It’s my life)’가 이어지자 환호가 쏟아졌다. 짙은 감성의 멜로디에 낯익은 가사가 더해지자, 따라 부르는 관객들의 목소리는 높아져 갔다. 카우보이를 연상시키는 스타일링과 달리, 살짝 지어보이는 미소에서 풍겨나는 그의 부드러움이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관객에 화답했다.

▲리치 샘보라, 오리안시(좌측부터)(사진=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 2014)

1995년 본 조비로 내한한 이후 19년 만에 단독으로는 처음 국내 관객과 만난 리치 샘보라. 이날 무대는 오리안시(Orianthi)와 협연으로 꾸려져 더욱 관객의 만족도를 배가시켰다. 오리안시(Orianthi Panagaris)는 마이클 잭슨의 ‘This Is It’ 투어 리드 기타리스트로 활약, 세계적인 여성 기타리스트로 주목받으며 ‘여자 지미 헨드릭스’라 불리는 인물. 기타 실력과 가창력을 고루 갖추되 이따금씩 드러난 음색에서 소녀티를 간직해 매력을 더하는 오리안시와 진한 연륜의 리치 샘보라는 이번 무대를 통해 묘한 시너지를 발산했다.

뿐만 아니라, 경쾌하면서도 쓸쓸한 분위기가 묻어나는 리치 샘보라의 거친 보컬은 ‘Nowadays’의 몰아치는 기타 속주에 단순한 반복을 이어가며 흥을 돋웠다. 어쿠스틱한 리듬에 리치 샘보라는 자신의 오롯한 가창력을 뽐내더니, 웅장하게 더해진 드럼, 베이스 등과 마지막 무대 ‘Wanted Dead Alive’를 완성했다.

한편 리치 샘보라가 떠난 스크린 화면에는 “기상악화로 인해 리치 샘보라 공연이 예상보다 많이 지연됐고 헤드라이너인 마룬 파이브 공연의 정시 진행을 위해 리치 샘보라와 마룬 파이브 측 협의 끝에 리치 샘보라의 공연이 부득이하게 축소 진행되게 됐습니다. 관객 여러분들의 깊은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자막이 흘러나왔다. 시작 시간보다 늦어진 것은 물론, 당초 예정된 75분이 아닌 30분 간 국내 록팬들과 만난 리치 샘보라의 무대였다.

마룬 파이브의 공연에 맞춰 대폭 감축된 인상을 남겨 진한 아쉬움을 남기는 리치 샘보라의 무대에 주최 측을 향한 팬들의 아쉬움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흐르는 빗물처럼 자연스럽고 여유롭게 이날 무대를 이끈 리치 샘보라에겐 본 조비의 아성을 딛고 명품 밴드로 자리한 면모가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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