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계의 올림픽으로 꼽히는 세계수학자대회(ICMㆍInternational Congress of Mathematicians)가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13일 서울에서 막을 올리고, 수학자 4명에게 필즈상을 시상했다.
4년마다 열리는 기초과학분야 최고학회인 ICM은 올해 ‘나눔으로 희망이 되는 축제: 후발국에 꿈과 희망을’이라는 주제로 오는 21일까지 9일 동안 코엑스에서 열린다.
이번 서울 대회는 아시아 국가로는 일본ㆍ중국ㆍ인도에 이어 4번째 개최다. 120여개국 5000여명의 수학자가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다.
이날 개막식에서는 대회의 꽃이자 하이라이트인 필즈상 시상이 진행됐다. 필즈상은 지난 4년간 수학계에서 가장 중요한 업적을 이룬 40세 이하 수학자에게 수여되는 상으로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지금까지 52명의 수학자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는데, 이번 대회에서 마리암 미르자카니(36·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아르투르 아빌라(35)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 소장, 만줄 바르가바(40) 미국 프린스턴대 석좌교수, 마틴 헤어러(38) 영국 워릭대 교수 등 4명이 추가됐다. 이들 4명에게는 개최국 국가원수가 시상하는 전통에 따라 박 대통령이 직접 메달을 수여했다.
이날 필즈상을 수상한 미르자카니 교수는 이란 출신으로 필즈상 제정후 최초의 여성 수상자다. 이론물리학에서 끈이론의 대가인 에드워드 위튼의 ‘리만 곡면의 모듈라이 공간에 대한 이론’과 ‘쌍곡곡면의 측지선의 개수’를 연결시키는 새로운 방법으로 위튼의 추측을 증명한 점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첫 여성 수상자를 배출한 만큼 이번 서울대회가 세계 수학계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수상자 중 한 명인 브라질 태생의 아빌라 소장은 2001년 브라질 국립 순수응용수학원(IMPA)에서 박사 학위를 받아 필즈상 수상자 가운데 미주나 유럽 이외 국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첫 번째 사례로 꼽히게 됐다.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던 동력학계(dynamical system)의 움직임에 관한 통합적인 이론을 제공함으로써 이 분야에 획기적인 발전을 이끌어 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캐나다 출신의 바르가바 교수는 2차 다항식 집합에 대한 가우스 연산법칙을 확장해 높은 차수 다항식의 연산 법칙을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았고, 오스트리아 출신의 헤어러 교수는 비선형 확률편미분방정식에 적용할 수 있는 일반 이론을 개발한 점 등에 대해 높은 평가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대회 기간 참가자들은 지난 4년간 도출된 수학 분야 연구 성과를 조망하고 수학의 미래 발전 방향을 모색한다. 학술행사로는 필즈상 등 주요 상 수상 강연(10회), 국내·외 수학자의 기조강연(21회), 초청강연(179회) 등이 진행된다. 신진 수학자들의 일반 학술논문 1182개도 발표된다.
또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만한 다채로운 행사도 펼쳐진다.
14일에는 '나는 왜 수학이 싫어졌나'라는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고, 영화에 출연한 세드리크 빌라니 프랑스 에콜 노말 리옹대 교수(2010년 필즈상 수상자)와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있다. 같은 날 프로 바둑기사와 수학자들의 다면기 행사도 흥미를 이끌 전망이다. 이창호·유창혁·서봉수 9단이 세계적인 수학자들과 1대6 다면기를 펼친다.
이에 앞서 13일에는 세계적인 수학자에서 억만장자 펀드매니저로 변신한 제임스 사이먼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명예회장이 ‘수학과 삶’을 주제로 대중강연을 한다. 황준묵 고등과학원 교수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대회 기조강연무대에 선다. 기조강연자는 국제수학연맹이 세계적 석학으로 인정받는 수학자 중에서 직접 선정한다.
그밖에 김범식 고등과학원 교수, 강석진·이기암·하승열 서울대 교수, 김병한 연세대 교수 등 5명이 초청연사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