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맹랑한 한국의 ‘중산층 기준’…정책 체감도도 제자리걸음

입력 2014-08-13 10:44 수정 2014-08-1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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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의 ‘중산층 70% 복원’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중산층 지표에 대한 기준을 제대로 잡지 못한 탓에 실효성 있는 정책 집행이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014년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으면서 올해 3월까지 중산층에 대한 기준을 재정립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통계상 쓰는 중산층 범위가 현실에서의 국민 인식과는 차이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정부는 통계의 연속성과 국제비교를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따라 중위 소득의 50~150%에 속한 가구를 중산층으로 규정하고 있다.

통계청 가계동향에 따르면 OECD 기준상 지난해 우리나라 중산층 비중은 69.7%이다. 하지만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여기는 이른바 체감 중산층은 51.5%에 불과하다. 일반인들은 소득 이외에도 주거와 자산, 생계비, 외식비, 기부, 문화향유 수준, 해외여행 빈도 등 다양한 요인을 중산층의 기준이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 체감도를 반영한 우리나라만의 중산층 기준 마련이 생각보다 복잡한 데다 세월호 참사와 맞물려 계속 미뤄지면서 사실상 흐지부지됐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측은 “중산층은 국가별, 시대별, 연구자별로 다양하게 정의하고 있으며 통일된 기준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소득 외에도 주택ㆍ저축 등 자산과 노후대비 수준 등을 감안한 기준 마련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중산층 지표의 현실화가 지지부진해지면서 봉급생활자의 반발 등 역풍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에서도 작년에 이어 중산층 상위 기준을 총 급여 5700만원(중위소득의 140%) 이하자로 정의했다. 지난해 8월 초 기재부가 세법 개정안을 발표할 때 연소득 3450만원 이상의 근로자에게 세부담을 지우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서민 월급쟁이들에게만 부담을 지운다는 비판에 과표 구간을 5500만원으로 올린 것이 새 중산층 기준 재정립 계획을 세우게 된 계기였다. 그럼에도 올해도 작년과 같은 애매한 중산층 기준을 사용함에 따라 또다시 서민 증세 논란만 커지게 됐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통계적인 중산층 비율이 국민들이 체감하는 수준과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어 중산층에 대한 개념이 새롭게 정립되지 않으면 정부 기준과 현실과의 괴리가 커져 중산층 관련 정부 정책 집행에도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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