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신원·창원 형제의 '靜中動' 행보 눈길

입력 2006-08-31 08:12 수정 2006-09-0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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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건설 지분정리 마무리...본격적인 계열분리 내년 이후로

SK그룹의 최신원ㆍ창원형제가 계열사 지분을 사들이면서 SK그룹의 ‘형제간 따로 또같이 경영’이 재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SKC의 최신원 회장은 올해 들어 8월달까지 17건의 SKC의 주식을 사들이며 SKC의 지배력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SK네트웍스의 보유지분을 전량 매각, 최태원 SK회장과의 거리 두기에 나섰다.

최신원 회장의 동생인 최창원 SK케미칼 부사장도 워커힐 호텔 지분 2.23%를 전량 매각했고 형으로부터 SK케미칼 지분 1만주를 매입하여 해당기업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SK건설 지분도 추가로 매입하여 9.6%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결국 최신원 회장이 SKC를, 최 부사장이 SK케미칼과 SK건설을 나눠 맡는 구도가 굳어진 것이다.

SK에서 최태원 그룹회장과 동생인 최재원 SK E&S부회장(대표이사)이 ‘에너지-통신’의 한 축을 관장하고 있다면 최신원 SKC 회장과 최창원 부사장이 화학-건설의 또 다른 한 축으로 그룹을 맡게 됐다.

재계는 이들 사촌간의 양대 축을 중심으로 오너일가의 개별 사업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며, 이들의 경영 능력에 따라 SK의 미래 모습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에너지-통신에는 최태원ㆍ최태원 형제가 맡고, 화학-건설은 최신원ㆍ최창원 형제가 맡아 지분정리는 물론 경영도 따로 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선 최신원 창원 형제의 잦은 주식거래가 최태원 회장과 지분 정리를 통해 계열분리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양쪽 모두 현재 상황에서 분리하면 득보다 실이 많다라는 결론에 도달하여 당분간 그룹이 쪼개지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딴 집 살림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러한 관측이 힘을 받는 데는 최신원 회장이 최종건 창업주의 아들로 SK의 실질적인 장자이기 때문이다.

SK는 그룹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이 4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후 동생인 고 최종현 회장(당시 선경직물 부사장)으로 경영권이 이어졌고, 현재는 장남인 최태원 회장으로 내려오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그룹 승계자로 확정된 것은 1998년 8월 가족회의에서다. 최종현 회장이 별세하자 최 씨가의 경영권 승계 후보 5인방이었던 고 최종건 창업주의 3남인 최윤원, 신원, 창원 형제와 고 최종현 회장의 2남인 태원, 재원 등 사촌 형제들이 모여 당시 최태원 SK㈜ 부사장을 그룹의 경영권 승계자로 합의했다.

‘후보 5인방’이 별다른 잡음 없이 신속하게 후계구도에 합의한 것은 고 최종현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지분이 많지 않아 ‘뭉쳐야 산다’는 묵계가 있었기 때문.

또 가장 연장자이자 맏이인 고 최윤원 전 SK케미칼 회장이 경영권에 욕심을 내지 않고 최태원 회장이 가족대표로 경영권을 승계를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적극 유도했다고 한다. 2000년에 작고한 최윤원 회장은 ‘경영에 자질이 없다’며 회사 경영과는 거리를 두면서 자연스럽게 동생인 최신원 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게 됐다.

이후 2000년에 최신원 회장은 선경(현 SK)그룹의 선경직물과 함께 양대 축이었던 선경화학(SKC)의 대표이사 회장을 맡게 되면서 6년째 SKC의 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촌인 최태원 회장에 비해 외부에 노출이 거의 되지 않는 최 회장은 국내 재벌가에서 보기 드문 해병대 출신이다.

부친이 그의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기 위해 해병대 입대를 권유했기 때문. 그는 해병대 생활을 통해 얻은 극기정신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자신도 2004년에 여름 해병대 캠프에 참가했고 임직원은 반드시 해병대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는 직원들 사이에서 ‘해병대 CEO’로 불린다. 최 회장이 신속하면서도 과감한 업무 추진력, 강한 리더십을 가졌다는 평을 받는 것도 군복무 경력 때문이다.

이는 위기관리 능력으로 이어져 SKC 회장에 취임한 이후 한계사업의 과감한 철수와 정보통신 관련 사업 진출 등 적극적인 ‘턴어라운드’ 작업을 통해 SKC를 우량기업으로 변신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에 초점이 맞춰진 글로벌 경영을 펼치고 있다. 중국 푸젠성에 진출해 공장을 설립한 후 광저우, 항저우, 쑤쩌우 등에 잇달아 공장을 신설하고 있다.

특히 폴리에스터 필름을 생산하는 쑤저우공장은 중국 진출 1년만에 흑자를 냈으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30% 이상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 회장이 6년째 수장으로 활동하는 SKC는 지난 76년 선경화학으로 설립됐다. 한때 비디오테이프 제조사로 유명했던 SKC는 지난해 비디오테이프와 광디스크 사업부문은 SK미디어로, 2차전지 사업부는 SK 모바일에너지로 분사시키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최 회장이 현재 수익이 나더라도 미래가 불확실한 사업부문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가능성 있는 부문만 선택해 집중 키운다는 생각에서다. 현재 SKC는 LCD용 광학필름분야에서 세계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

최신원 회장이 SKC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생인 최창원 부사장도 SK캐미탈의 사업구조 개편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는 지난해까지 SK케미칼을 생명과학과 정밀화학 등으로 재편하고, 과거 핵심사업이던 유화사업을 분사해 SK유화를 별도로 설립했다.

또 SK제약을 합병하며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SK케미칼은 이같은 사업구조 재편으로 매출 2조원 가운데 80%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특히 SK 계열사 가운데 해외 공략이 가장 활발하다.

SK케미칼은 인도네시아와 중국, 폴란드 등에 5개의 해외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워커힐 호텔의 지분 2.23%(17만 8700주)를 주당 4만 1341원(총액 73억 8700만원)에 모두 매각해 향후 새 사업에 대한 투자금액도 마련해 놓은 상태.

SK케미칼과 함께 최창원 부사장이 신경을 쓰는 곳이 SK건설이다. 최 부사장은 지난 5월30일과 6월1일 두 차례에 걸쳐 SK건설 주식 191만7912주를 액면가인 주당 5000원(총 97억5000만원)이라는 헐값에 사들였다.

지분율도 종전 0.3%에서 9.6%로 껑충 뛰면서 SK케미칼(39.40%)에 이어 SK해운(18.62%), HSBC(12,32%)에 이어 SK건설의 4대 주주에 올라섰다.

SK건설은 국내 시공능력 평가순위 9위인 비상장업체로 이번 지분 인수로 최 부사장은 경영 전권을 잡는 것은 물론 앞으로 상장시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둘 전망이다. 실제로 최 부사장이 주당 5000원에 사들인 SK건설의 주식은 불과 한달 뒤에 SK해운은 주당 1만7400원에 홍콩 HSBC에 SK건설주를 매각했다.

또한 SK케미칼은 SK건설의 장부가를 버젓이 1만7525원으로 책정해 놓고 있어 최 부사장에 대한 특혜 의혹도 한때 불거졌다.

최 부사장은 SK케미칼을 일찌감치 주력사업을 화학섬유 부문에서 제약 및 정밀화학, 바이오디젤 부문 등으로 바꾸며 소그룹 독자 경영체제를 착실히 다져왔다. 폴리에스터 섬유제조업체인 휴비스를 인수하고 동신제약 합병에 나서며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최 부사장은 94년 선경(현 SK)그룹 경영기획실로 첫 발을 내디뎠다.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에 뛰어나다. 특히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계열사를 일부러 찾아다니며, 경영수업을 받은 걸로 유명하다.

그가 96년 선경인더스트리(현 SK케미칼) 기획관리실장으로 있을 때는 국내 최초로 명예퇴직제를 도입했고, 쉐라톤워커힐호텔과 SK상사에서도 잇따라 명퇴를 통한 감량 경영 바람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그는 ‘구조조정 리베로’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서울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으며, 미국 미시간대 경영대학원을 나왔다.

그는 아직까지 김창근 SK캐미탈 부회장의 밑에서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김 부회장이 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을 역임한데다가 현재 그룹에서 공식 의전서열 3위를 유지하고 있는 거물급 인사인 점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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