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키퍼, “명품 코스 우리 손에 달렸죠” [골프, 직업의 세계-16]

입력 2014-08-2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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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비·땡볕에도 야외작업 ‘곤혹’…맑은 공기 마시며 공짜 라운드는 ‘행복’

▲김달진 자유CC 코스관리팀장. 골프장 구석구석 그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다.

“윙~윙~”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새벽. 정적을 깨우는 기계음이 촉각을 자극한다. 덥수룩한 잔디가 묵은 옷을 벗고 말끔하게 다듬어지는 소리다. 골프장의 하루는 거친 기계음으로 시작되지만 금세 새 옷으로 갈아입고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이른 새벽부터 골프장에 새 옷을 입히는 데 분주한 사람들은 그린키퍼(코스관리사)다.

그린키퍼는 골프장 코스관리를 통해 플레이어의 유쾌한 라운드를 돕는다. 그린과 페어웨이 잔디를 시작으로 벙커와 러프 등 골프장 구석구석까지 이들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은 거의 없다.

코스 관리는 야외 작업으로 시작해 야외 작업으로 끝나는 고된 노동이다. 내장객이 입장하기 전 이른 새벽부터 작업을 시작해야 하고, 비가 오나 눈이오나 땡볕이 내리쬐는 날에도 야외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검게 그을린 얼굴이 그들의 고된 노동을 대변한다.

“선크림을 바르긴 하는데 워낙 땡볕이라 검게 그을릴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잘 가꿔진 코스를 보면 뿌듯한 마음입니다. 내가 정성을 쏟은 코스에서 손님들이 기분 좋게 라운드 하는 모습을 보면 피로가 싹 풀리죠.”

최규환 자유CC 코스관리팀 소장의 말이다. 그린키퍼들의 코스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이 묻어나는 한마디다. 비록 고된 작업이지만 골프장이라는 텃밭을 일구는 농부의 마음과 다를 게 없다.

김달진 코스관리팀장은 “저희는 늘 일기예보를 경청하죠. 눈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늘 비상입니다. 내장객이 입장하기 전에 코스를 말끔하게 정비해야 하기 때문에 이른 새벽부터 분주해집니다”라고 말했다.

생물을 다루는 일인 만큼 주의점도 많다. 김달진 팀장은 “원칙을 준수하고 잘 알지 못하는 약품은 절대 손을 대지 말아야 합니다. 퇴비 사용량 준칙을 조금이라도 어기면 엄청난 화를 부를 수 있죠. 잔디가 병들기 시작하면 손도 쓸 수 없어요”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고된 일만 있는 건 아니다. 청정 자연을 배경삼아 맑은 공기를 마시며 생활하는 만큼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도심에서의 스트레스는 딴 나라 이야기다. 게다가 공짜 골프까지 즐길 수 있어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지상낙원이다.

비전도 확실했다. 김달진 팀장은 “미국에서는 코스관리사가 골프장의 중책을 맡는다. 그만큼 코스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골프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코스 수준을 높여야 한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그린키퍼가 우대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린키퍼의 국가공인 자격증은 없다. 그러나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서는 골프코스관리사 양성 과정이 있어서 1년에 1회 20명까지 선발하고 있다. 현재 21기 교육 중이다. 시험에 합격한 수험생은 골프장 취업이 보장된다. 전국 골프장은 최소 1인 이상 한국골프장경영협회의 골프코스관리사 시험 합격자를 채용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연봉은 초봉 2200만원~2400만원. 10년차는 4400만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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