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건설이 2000억원 규모의 공모 전환사채(CB) 발행에 나선다. 지난해 12월 유상증자(RCPS)로 4000억원을 조달한 두산건설이 8개월여만에 또다시 대규모 시장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이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날 두산건설은 2000억원 규모의 공모 CB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사채의 표면이자율은 4%, 만기이자율은 7.4%다. 만기일은 오는 2017년 9월 4일이다. 일반공모 청약은 다음달 1~2일, 발행일은 4일이다.
이번 CB는 발행날로부터 각각 1.5년, 2.5년이 되는 시점에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전환가액은 1만2500원으로 리픽싱 비율 70%가 적용됐다. 일반적으로 CB 발행 기업은 주가가 하락할 경우 전환가격을 조정해 투자자들의 이익을 보전해 주는데 이를 리픽싱이라고 한다. 청약 흥행을 위해 고금리와 높은 리픽싱 비율을 제시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유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총 공모자금 2000억원 가운데 350억원은 오는 9월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차환자금으로, 나머지 165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쓰인다. 운영자금은 현대제철 등 거래업체의 지급어음 결제에 쓰일 예정이다.
다만 이번 대규모 자금 조달에도 차입금과 이자비용 등 금융비용 부담은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지난 2011년 6월 유상증자 3000억원을 통한 자본확충에도 2011년 2935억원, 2012년 6148억원의 적자가 발생하며 2012년 말 기준 부채비율이 546%까지 치솟았다.
이후 대주주인 두산중공업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올해 6월말 부채비율이 143.5%까지 떨어졌다. 두산건설은 지난해 4월 3900억원의 유상증자와 함께 자기자본 5716억원의 HRSG(배열회수보일러) 사업을 두산중공업으로부터 인수했다. 지난해 12월에도 두산중공업과 연계한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RCPS)를 실시했고, 지난 1월에는 레미콘 사업체인 렉스콘을 흡수합병했다. 지속된 자금수혈로 2012년 1조7290억원에 달했던 순차입금은 올 6월 말 기준 1조4506억원으로 축소됐다.
그러나 기업의 이자부담 능력을 판단하는 이자보상배율은 지속적으로 1배를 밑돌고 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두산건설의 에비타(EBITDAㆍ상각전영업이익) 기준 이자보상배율은 2012년 -2.69배, 2013년 0.51배, 올 6월 1.09를 기록하고 있다. 여전히 이자비용을 지급하기에 이익의 수준이 충분치 않은 상황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내년 6월 내 만기 도래하는 차입금은 회사채 1688억원, 유동화채무 3187억원 등 1조1768억원, PF우발채무 3055억원에 달하고 있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건설부문 기투입 운영자금 회수 여부와 HRSG 사업 부문의 영업상 자금 창출 규모가 회사 전반의 현금흐름을 좌우할 전망"이라며 "그러나 건설부문 운영자산 증가 현장 대부분이 입주지연, 분양율 제고의 어려움을 겪고 있어 잉여자금의 개선 정도는 제한적인 수준을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그룹내 주요 기업으로 대주주인 두산중공업을 비롯해 계열사로부터 직ㆍ간접적인 지원 수혜 등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재무 융통성은 양호한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편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두산중공업에 공모 전환사채에 대한 신용등급을 BBB(안정적)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