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간 경제신문 이투데이의 주최로 2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멈춰버린 기적, 새로 쓰자’ 토론회에선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와 향후 과제들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토론회에 참석한 최종찬 국가경영전략연구원(NSI) 원장과 이장규 서강대 부총장, 최운열 서강대 교수, 이혜훈 새누리당 전 최고위원,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추진 중인 경기활성화 방안의 한계를 지적하며 보다 근본적인 체질개선과 구조개혁에 나설 것을 한목소리로 당부했다.
먼저 발제자로 나선 최 원장은 “최경환 경제팀이 재정금융을 확대하는 것은 침체된 경기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재정금융의 양적 확대로 인한 경기 활성화가 지속하려면 구조적으로 국내소비가 늘어나고 투자가 활발해지도록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최 원장은 한국경제 미래에 대한 위기의식 공감대를 우선 마련한 후 강력한 규제완화를 추진할 것을 제언했다.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준수율 낮은 규제 폐지 등은 물론 국내 소비여건 개선을 위해 골프장 세금 인하, 카지노 등 관광시설 확충, 의료관광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저소득층 사회보장 확대 △공공부문 혁신 △도심재개발 활성화 등 부동산 정책 전환 △건전재정 강화 필요성도 역설했다.
최운열 교수는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엔 경제성장의 패러다임을 과거 1970~80년대식 양적성장 중심에서 바꿔야 한다”며 특히 기업간 양극화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들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일감몰아주기도 별로 개선된 게 없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공정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문제를 해결하는 등 비정규직의 삶의 질을 높여줘야 우리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훈 전 최고위원은 경제팀의 경기활성화 대책에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 눈길을 끌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주머니가 비어 쓸 돈이 없으니 경기가 어렵다는 진단은 맞지만 처방은 엉뚱해, 내수침체를 살릴 처방으로 보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우리 기업 99%가 중소기업이고 여기서 고용된 인원이 88%인데 사내유보금 과세하고 정규직 임금을 올려본들 중소기업은 해당 사항이 없다. 주머니가 빈, 내수침체 근본 원인이 되는 사람들의 임금이 올라가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DTI(총부채상환비율), LTV(주택담보인정비율) 완화를 두고도 “인구수가 전체적으로 줄어 집값이 떨어지지 않고 올라가면 오히려 문제인데, 부동산 활성화를 명목으로 집값 올리는 정책을 편다면 정상이 아니다”라면서 “값싸고 질 좋은 주택을 저렴한 가격에 많이 공급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주택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종학 의원 역시 경제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주택선분양제도를 안 건드리면서 쌍둥이 규제인 분양가상한제만 없애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국경제는 구조적 문제에 빠져 있고 이 문제의 핵심은 양극화다. 그러나 양극화를 데이터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대한민국 재정을 제대로 분류할 수도 없고, 공개도 안 되어 있는 상황에서 과학세정을 하긴 어렵다”고 국세행정 선진화 주장도 폈다.
토론회에선 증세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최종찬 원장과 이장규 부총장은 “세계적으로 법인세는 내리는 추세인 만큼 부가가치세를 올려야 한다”고 같은 목소리를 냈고, 홍종학 의원은 “기업들의 실효세율이 중소기업, 재벌, 중견기업 순이다. 재벌이 중견기업보다 법인세율이 낮은 게 타당한가”라면서 법인세 인상을 주장했다. 최운열 교수는 “전체 근로자의 약 40%가 면세점 이하로 세금을 안내는 만큼 이들에게도 세금을 걷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장규 부총장은 대통령을 향해 경제의 정치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정치력 발휘를 주문했다.
그는 “경제의 정치논리화가 가속되는 상황에서 정치와 경제의 체질 개선 없인 올해를 정점으로 우리 경제가 계속 내리막길을 걸을지도 모른다”며 “타이밍이 중요한 각종 정책들이 국회만 가면 블랙홀에 빠지는 만큼 대통령이 야당과 시민사회를 직접 만나고 설득하는 데 시간을 더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