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조윤을 만나다”

입력 2014-08-2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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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공인회계사

<명량>의 여파로 이제는 시들해졌지만, <군도>의 초반 흥행몰이는 대단한 것이었다. 조선 말기 철종 시대를 배경으로 그 당시 암울했던 민초들의 삶을 사실감 있게 표현하면서도, 전형적인 웨스턴 무비의 흥행 요소를 잘 살려낸 덕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던 점은 강동원이 연기했던 조윤이라는 인물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궁극의 무예, 범접할 수 없는 수완과 배포, 거기에 팜므파탈적인 미모까지…

“강동원의, 강동원에 의한, 강동원을 위한 영화”라는 표현이 이 영화에 대한 네티즌 감상평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것을 보면 조윤이라는 인물이 관객들에게 불러일으킨 반향이 얼마나 컸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사실, 궁극의 무예를 갖춘 미소년 무사 캐릭터는 감각의 제국으로 유명한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1999년 작 <고하토>에도 등장한다. 최강의 무사집단 신선조에 미소년 무사 카노가 입단하자, 신선조의 총장을 비롯 여러 무사들이 그에게 동성애적 호감을 느끼기 시작하고, 여러 가지 사건들과 외부적인 요인들이 카노의 야망과 얽혀 걷잡을 수 없이 전개되면서 신선조가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는 것이 <고하토>의 줄거리이다.

궁극의 무예와 치명적인 미모라는 인물 안에서의 모순은 두 인물들을 둘러싼 상황적인 모순을 보다 잘 드러내기 위한 장치일 수 있다. 무사집단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동성애 코드가 난무하는 상황이 카노를 둘러싼 모순이라면, 조윤의 상황적 모순은 서얼이라는 개인적 운명을 뛰어 넘기 위해 백성의 고혈을 짜낼 수밖에 없는 시대상황인 것이다.

두 영화가 다른 점이라면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모순이 <고하토>처럼 영화를 관통하는 주된 갈등과 주제와 맞닿아 있느냐, 그렇지 않고 <군도>처럼 주된 갈등의 한 소재로 이용되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그리고, 이 차이가 두 영화의 성격이 전혀 달라지는 주된 이유이라고 생각한다.

<군도>의 제작진이 조윤이라는 인물을 설정하기 위해 <고하토>의 미소년 무사 카노를 참조하였는지의 여부는 아마추어 영화 팬의 한 사람으로서 알 길이 없다.

조윤의 악행들을 모두 망각해 버리게 될 정도로, 도치(하정우 역)를 비롯한 지리산 추월 무리들이 그와 대립하는 상황들에 대해 감정이입이 되지 않을 정도로, 조윤이라는 인물은 정말 잘 디자인되었었고, 영화 속 인물이 배우 강동원을 위해 창조된 것이 아닐까는 생각이 들 만큼 강동원의 연기도 훌륭했으니, 15년이나 지난 영화의 인물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군도> 속 조윤은 그 자체로 이미 훌륭한 콘텐츠라 하겠다.

더군다나, 조윤 덕분에 기억속에 까마득히 묻혀 있던 영화 <고하토>를 다시 한 번 곱씹어 볼 수 있었으니, <군도> 속 조윤을 만나는 경험은 여러모로 유쾌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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